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08 10:48
중국 청동기 시대 만들어진 술잔 작(爵)의 모습. 이를 권력의 순서대로 배열해 놓은 자리가 작위, 이로써 다시 벼슬자리의 등급이라는 뜻을 얻었다. <사진=베이징 고궁박물원>

작위(爵位)는 우선 벼슬과 지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아울러 서양의 경우는 왕족이나 공적이 매우 뛰어난 관료에게 주는 명예나 계급을 일컫는다. 서양의 그런 작위를 동양은 일찌감치 존재했던 벼슬 개념으로 적는다. 예를 들어 duke의 경우를 ‘공작(公爵)’으로 적는 식이다.

이런 작위의 개념은 중국에서 아주 일찌감치 등장해 각 왕조 별로 다양한 차이를 드러내며 발전했다. 그러나 대개는 공작과 후작(侯爵), 백작(伯爵), 자작(子爵), 남작(男爵) 등이 일반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왜 벼슬과 계급을 가리키는 데 爵이라는 글자가 등장했을까.

중국 고대 청동기(靑銅器)를 다뤄 본 사람이라면 이를 금세 알아챈다. 이 글자가 원래 가리키는 대상은 ‘술잔’이다. 뾰족한 주둥이가 앞으로 나와 있고, 둥그런 몸체에 손잡이가 달렸다. 아울러 받침은 세 발 형태다. 고대 중국 궁중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관료들이 연회를 벌이는 장면에 가끔 나오는 술잔이다.

중국의 고대 사회는 예제(禮制)가 엄격히 발달한 신분과 계급의 사회다. 벼슬에 나간 관료들의 경우에는 그런 등급에 더욱 민감했다. 최고 권력자인 임금을 정점으로 거리가 가까운 사람의 계급이 높게 매겨지는 법. 따라서 연회를 벌일 경우 그 순서에 따라 놓는 술잔이 爵, 그 술잔을 놓는 자리가 바로 爵位다.

이 爵의 쓰임새는 제법 많다. 고관대작(高官大爵)은 우리가 자주 쓰는 성어다. 공직에서 승진하는 경우를 진작(進爵 또는 晋爵)으로 적는다. 작읍(爵邑)은 옛 벼슬자리와 그에 따르는 땅이다. 작록(爵祿)은 벼슬자리와 그에 따르는 급여. 헌작(獻爵)은 제사 때에 술잔을 올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국정원이 요즘 화제다. 청와대 술자리에 국정원장이 앉는 爵位는 매우 가까울 터. 그런 중요한 위상의 국정원이 엉터리 일처리로 곤욕을 겪고 있다. 남의 속내를 슬쩍 들여다보는 게 업(業)이라고는 하지만, 위상에 맞는 바름과 곧음을 잃어 불러들인 재앙이다. 정직(正直)은 그래서 늘 중요하다.

 

<한자 풀이>

爵 (벼슬 작): 벼슬, 벼슬자리, 작위. 술, 술잔. 벼슬을 주다.

祿 (녹 록): 녹, 벼슬아치의 봉급. 복(福), 행복.

獻 (드릴 헌): 드리다, 바치다, 올리다. 나타내다, 표현하다. 술을 권하다.

 

<중국어&성어>

爵士 jué shì: 재즈(Jazz)의 음역이다.

爵位 jué wèi: 작위.

官爵 guān jué: 관직에서의 등급, 즉 爵位.

加官晋(進)爵 jiā guān jìn jué: 관직에서의 승진.

卖(賣)官鬻爵 mài guān yù jué: 관직을 팔아먹는 행위. 매관매직(賣官賣職)과 같은 뜻의 성어다. 여기에서 鬻(죽 죽, 팔 육)은 ‘팔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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