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0.23 14:48

美 폐질환자 대부분 국내에 없는 마약유래 성분 함유제품 사용…유해성 검사결과 이후 안전성 판가름 날듯

국내에 출시된 전자담배 줄.
국내에 출시된 전자담배 쥴.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보건당국이 23일 밝힌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은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조치보다 강력하다. 그만큼 전자담배로 인한 폐해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유해성에 대해 논란의 여지도 있다. 당국의 발표에 민감하게 반발하는 곳이 해당 업체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과 국내 판매제품의 구성성분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에서 발표된 전자담배의 위해성은 미국 CDC(질병통제국)의 안전성 서한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10월 15일 기준으로 중증 폐손상 사례가 1479건, 사망사례는 33건이 보고되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폐손상 또는 사망한 환자들이 대부분 대마 유래 성분의 제품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복지부 자료에서도 중증 폐손상 환자의 79%가 35세 미만(18세 미만은 15%)으로, 이중 78%가 대마유래 성분(THC)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코틴만 함유한 제품은 약 10% 정도다. THC(tetrahydrocannabinol)는 대마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이다. THC 함유 액상에서 상당량의 비타민 E 아세테이트 (THC 기화를 위해 첨가하는 비타민E가 변형된 것으로 추정)가 검출됐다.

하지만 국내 제품에는 마약유래 성분을 사용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따라서 미국의 발표 결과만을 가지고 국내에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보건당국의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경고는 전면전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강력하다. CDC는 지난 9월 6일 중증 폐손상과 사망을 일으킨 원인물질 및 인과관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조치에 미국 식품의약국은(FDA)도 나섰다. 사전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가향(담배향 제외)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 판매금지법이 발효되면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2020년 5월까지 FDA의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판매허가를 받지 못한다.

일부 주정부는 이보다 더 강력한 제제를 하고 있다. 워싱턴과 로드아일랜드주는 긴급조치로 4개월 동안 담배향을 제외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메사추세츠주는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시켰다.

국내에서도 의심을 살만한 환자가 보고됐다. 30세의 이 남성환자는 그동안 궐련을 피우다가 발병 2~3개월 정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 환자 또한 좀더 추적조사를 해봐야 한다. CDC 기준으로 폐질환 환자가 인정받으려면 ①질병 최초 발생전 90일 동안 전자담배를 사용해야 하고, ②흉부 X선 영상에서 이상소견을 보여야 한다. ③또 임상이나 분자적진단검사(PCR)결과 감염성 질환 소견이 없고, ④심장질환이나 류머티스, 종양 등 병력이 없어야 한다. 추정환자도 4가지 기준 중 ③의 경우 감염소견이 있지만 임상소견상 감염이 단독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돼야 한다.

보건당국이 이번에 강력하게 내놓은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의심사례 환자가 나와야 하고, THC가 함유되지 않은 전자담배에서 유해성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복지부 발표가 ‘경천동지 서일필’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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