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0.23 17:52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찬퉁카이(陳同佳·20)가 23일 오전 홍콩 픽욱 교도소에서 출소한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SETiNEWS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살인범이 그의 신병처리를 둘러싼 홍콩과 대만 정부의 실랑이 탓에 결국 석방됐다. 그는 출소하면서 홍콩인들에게 사과했고, 대만에 가서 처벌을 받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찬퉁카이(陳同佳·20)가 이날 오전 홍콩 픽욱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찬퉁카이는 교도소 앞에 몰려든 많은 취재진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피해자의 가족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대만으로 가서 죄값을 치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 사회와 홍콩인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홍콩인들이 속죄할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 사법 당국은 찬퉁카이 출소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의 신병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홍콩 정부는 대만 정부가 그를 인수할 권한이 없다며 송환을 거부하고 있어 찬퉁카이가 대만으로 인도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찬퉁카이는 지난 6월 초부터 다섯달째 홍콩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천퉁카이는 임신한 여자친구를 대만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대만의 한 지하철역 부근에 유기한 후 홍콩으로 도망쳐왔다.

하지만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찬퉁카이에게 적용된 것은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뿐이었다. 재판 결과 그에게는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이를 실행할 수 없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홍콩 당국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법안 발의를 추진했고, 시민들은 넉달 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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