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볼리비아에서 대통령 선거 '개표 조작' 의혹을 둘러싸고 무기한 총파업 등 정정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자신의 4선 도전 성공을 확신하며, 야권의 의혹 제기는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볼리비아 전역에서 선거관리 당국의 석연찮은 개표 과정에 반발한 야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무기한 총파업이 시작됐다. 볼리비아 최대 도시 산타크루스에선 대중교통 운행과 학교 수업이 중단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성난 시위대의 방화가 이어져 지금까지 지방 선거재판소 등 7곳이 불에 타기도 했다.

수도 라파스 등에선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자들도 대거 거리로 나와 세(勢)를 과시했다.

볼리비아 대선 이후 사흘이 지난 이날 개표율은 97%를 넘어섰다. 좌파 여당 모랄레스 대통령이 46.66%, 중도우파 야당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이 36.87%를 기록 중이다. 두 후보의 격차는 9.79%포인트다. 이 격차가 10%포인트를 넘어서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결선 양자 대결 없이 당선을 확정할 수 있다.

선거관리당국은 선거 당일 아무런 이유 없이 개표 결과 발표를 중단했다가 24시간 만에 1, 2위 격차가 확 늘어난 결과를 공개했다. 야권은 결선투표를 무산시키기 위해 결과를 조작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메사 후보는 지지자들을 향해 결선투표가 치러질 때까지 저항을 이어가자고 촉구했다.

미주기구(OAS)도 이날 "이번 선거 과정에선 여러 이유로 이러한 원칙들이 위반됐다"면서 "두 후보간 격차가 10%포인트를 넘더라도 결선 투표를 치르라"고 권고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러한 의혹 제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또 한 번의 승리에 감사드리고 싶다. 민주적으로 거둔 네 번 연속 승리"라며 "농촌 표가 개표되면 (결선 없이) 승리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우파가 국제적인 지원을 받아 준비한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같은 좌파 지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쿠데타 주장에 동조하며 모랄레스 대통령에 연대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개표가 완료되고 실제로 모랄레스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면 선거 부정 의혹과 이에 따른 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국 혼란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생필품과 기름을 비축하기 위해 이미 슈퍼마켓과 주유소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