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0.26 08:50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최성일 교수

복강경으로 암수술을 하고 있는 최성일 교수(오른쪽).
최성일(오른쪽) 교수가 복강경으로 암수술을 하고 있다.

가끔은 고정관념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젊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위암이 그렇다.

우선 젊은 사람들은 위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경향이 있지만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위암 발생 환자는 3만504명이다. 이중 50세 이하가 3681명으로 10명 중 1명이 '젊은 위암'이다.

위암이면 다 같은 암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엔 오류가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위암은 전이가 빠른 미만성 위암이 상대적으로 많다. 미만성 위암은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다. 암세포가 위점막에서 자라는 게 아니라 점막 아래나 근육층을 통해 성장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점막 아래에서 암이 발생하면 위점막이 정상으로 보여 위내시경 검사로도 놓칠 수 있다. 젊은층을 위내시경 검사할 때 좀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는 암이 상당이 공격적이고 빨리 퍼져나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위암 주변의 림프절로 전이되는 속도가 빠르다. 실제 미만성 위암을 발견했을 때 안타깝게도 이미 여러기관에 미세암이 퍼져나가 3기 또는 4기로 진단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젊은 위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위암검진 권고안에선 40세 이상이면 2년 주기로 위내시경 검사를 권한다. 하지만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상복부 통증, 소화불량, 체중 감소, 조기 포만감 등 증상이 지속된다면 40세 이전이라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암에 걸렸더라도 조기 발견해 치료가 시작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만성 위암의 진단이 까다롭다고 해도 같은 병기라면 젊은 환자의 예후가 더 나쁘지는 않다.

최근 위암은 맞춤치료(tailored therapy)가 대세다. 조기위암은 최소 침습수술을 통한 제한적 수술이 행해지며, 진행성 위암은 그에 맞춰 광범위한 확대수술과 강력한 항암제 치료가 병행된다.

위암발생 메카니즘.
젊은 위암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오른쪽).

위암은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해 근치적 절제술이 가장 많이 선호된다. 암덩어리인 원발병소를 제거하고, 림프절 등 전이 가능성이 있는 주변까지 들어내는 수술이다. 특히 진행된 위암환자는 기존 항암치료에다 표적치료제 및 면역치료제를 투여해 치료성적을 높인다.

아직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역학조사를 통해 고위험군은 밝혀져 있다.

이에 따라 예방을 위한 첫 번째 수칙은 식생활습관 교정이다. 음식을 짜게 먹지 말고, 질산염 및 아질산염이 많은 젓갈류나 훈제음식은 피한다. 그리고 비타민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섭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금연은 필수다.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의 암발생 위험도는 2~3배 높다.

마지막으로 위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균의 박멸이다. 위의 강산에서도 살아남는 헬리박터균은 위점막을 뚫어 위염을 일으키고, 이러한 염증이 만성화돼 위암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감염이 잘 된다는 사실이다. 약을 먹어 제균을 했어도 가족 중에 보균자가 있다면 쉽게 옮을 수 있다. 따라서 음식은 각자의 식기에 덜어먹고, 식기 세척에도 유의한다.

위암은 가족력이 있다. 가족이나 선대에서 위암에 걸린 환자가 있다면 이른 나이라도 위내시경을 받아야 하고, 상복부통증이나 소화불량, 체중감소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 방문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건강검진에서 만성위축성 위염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사람들도 위암 고위험군이다. 염증이 오래되면 장 점막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되고 그중 일부에서 암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젊다는 것이 암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 살 버릇 여든간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젊을 때부터 건강수칙을 지켜야 평생 건강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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