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0.28 11:10

식약처·암학회, "임상성적 없는 주장일 뿐…기존 항암제에도 같은 기능 들어 있어"

(사진: YTN 뉴스에서 캡처)
(사진: YTN 뉴스에서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가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동물용 구충제의 항암효과에 대해 경고성 사용정보를 28일 내놨다.

동물용 구충제의 항암효과는 몇 달 전 외국 사이트에 소개된 내용을 국내 유튜버가 소개하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SNS상에서 말기암을 완치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올라오고, 이를 반박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기도 하다. 

식약처는 우선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동물용 구충제 성분인 ‘펜벤다졸’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항암제가 환자에게 쓰이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물질이 발견된 뒤 실험실에서 효과를 측정하고, 다시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에서 안전한 용량을 확인하는 1상시험과, 암의 종류별로 효과를 확인하는 2상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 항암제와 비교하는 3상시험까지 거친 뒤 시판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후보약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했음에도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고 사라진다.

학회도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 그것도 적응증으로 구충제로 사용을 허가 받았을 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어떤 실험도 없어 안전성과 효과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식약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는 펜벤다졸과 관련된 정보는 전혀 증명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식약처는 또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이미 기존 항암제에도 들어있다고도 했다. 다시 말해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런 기능은 기존 항암제에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빈크리스틴(1986년 허가), 빈블라스틴(1992년), 비노렐빈(1995년) 등이 있고, 유사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으로는 파클리탁셀(1996년)과 도세탁셀(2006년)등을 들 수 있다.

부작용도 거론되고 있다. 식약처는 구충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지만 항암효과를 위한 고용량, 장기간 투여에서는 혈액과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덧붙여 경고했다. 특히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면 두 약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식약처는 펜벤다졸이 40년 동안 사용돼 안전한 약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동물(개)을 대상으로 그렇다는 것이며, 사람에게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흡수율이 낮은 항암제는 효과도 적어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용량 증가에 따라 독성도 커진다”며 "체내흡수율이 20%정도로 낮아 안전하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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