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0.29 14:53

'극도의 대립' 피하기 위한 문 의장의 '선택' 관측
첨예 대립 속에서 사실상 한국당의 '판정승' 평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왼쪽) 및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함께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책회의 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왼쪽) 및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함께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책회의 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4개 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시점을 '12월 3일'로 잡은 가운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불만스러운 속내를 드러낸 반면,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한발짝 더 나아가 '1월 29일 부의'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국회의장의 입장에선 여야간에 더 합의하라는 정치적인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우리로서는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뜻을 밝히면서 "우리가 볼때 명백한 법사위 법안이 아니면 (이 법안을) 법사위로 보냈는가"라며 "그 누구도 국민의 명령을 유예시킬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당의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 논의의 매 고비마다 억지와 몽니로 법안 심사를 지연시켜온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국회법 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을 외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 어떤 협치도 법을 넘어설 수 없다. 그 어떤 협치도 국민을 넘어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국민은 촛불을 밝히며 국회를 주시하고 있다. 법이 부여한 국회의 시간은 그런 국민이 주신 시간이다"라며 "국민의 시간은 누구도 위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유한국당 측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한발짝 더 나아가는 스탠스를 취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2월 3일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체계·자구 심사 기한을 줘야 한다는 우리 해석과 상이한 부분이 있다"면서 "그것도 법에 어긋난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두면 내년 1월말 부의할 수 있다는 게 법 해석"이라며 "당초에 법사위에 있었다면 당겨질 수 있겠지만, 법사위 법안이 아니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법안이라 심사 기간을 더 줘야 한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여 위원장은 "12월 3일에 공문이 오든지 1월 29일에 오든지 국회법 해석으로는 어느 쪽이든 가능하다고 본다. 그 중 제1야당과 협의해서 부의하는 게 당연히 맞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의장에게 더 이상 정쟁이 가속화하지 않게 정치력을 발휘해달라고 했다"며 "그런 결정(12월 3일 부의)을 해 다행스럽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남은 기간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이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가칭 대안신당의 장정숙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공수처법은 여야가 합의한 순서에 따라 처리해야 하고, 국회의장이 법 해석에 따라 부의하는 문제에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문 의장은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각 당의 입장을 들은 뒤에도 의원들과 개별 접촉하며 의견을 두루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속에서도 문 의장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등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그 결과는 국회에 대한 불신과 여당인 민주당의 국정운영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관측된다.

한편, 여의도 정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공수처법을 비롯해 4개 검찰개혁 법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있던 상황에서 문 의장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여야의 극한 대립을 피하면서도 연말에 패스트트랙 관련 4개 법안은 물론, 예산안까지 일괄 타결하려는 고심책의 일환이 아니었겠느냐"며 "어쨌거나 여야의 첨에했던 대립 구도 속에서 사실상 한국당이 판정승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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