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10.29 17:47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오늘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 아파트로 확대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 22일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구체적인 적용지역은 내달 초에 결정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잠시나마 집값을 누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론 새 주택 공급 감소 우려로 청약 과열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과적으론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무주택자들은 기존보다 분양가가 저렴해진 아파트에 당첨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을 수 있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는 '돈이 안되는' 일반물량을 더 줄이려고 나설 것이다. 무주택자가 몰리게 되면 청약 경쟁률과 가점 커트라인은 높아지고, 당첨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8월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서울에서 첫 분양에 나선 '이수 푸르지오 더 플레티움'은 평균 경쟁률 203대 1을 기록했다.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도 평균 경쟁률 115대 1을 나타냈다.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당첨가점도 오르고 있다. 서울 평균 청약 가점은 60점을 넘어서고 있으며, 강남권은 70점 이상이어야 안정권에 든다. 올해 초만 해도 당첨권에 들었던 40~50점대는 청약시장에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이다. 상한제로 인한 새 주택 공급 감소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8·2 대책 이후 분양 당첨자 현황'을 보면 투기과열지구 전용 85㎡ 이하 일반분양 가점 당첨자의 평균 무주택 기간은 23.8년으로 나타났다. 부양가족은 2.21명,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11.1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건을 갖춰야만 서울 평균 청약 가점을 맞출 수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청약 가점 60점대를 넘는 것도 쉽지 않다.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으로, 자녀를 4~5명씩 두지 않는 한 최소 45세는 넘겨야 가능한 점수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서울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제한되기 때문에 적어도 현금 3억~4억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특별공급 신청자격은 민영의 경우 맞벌이 부부 기준 월 수입이 702만원 이하여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분양가상한제 도입 취지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고, 주택시장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한제를 통해 주택시장이 평온해질지, 무주택자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가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한제 발표 후 서울 아파트 값은 17주 연속 오르고 있다. 전세값도 14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정말 내 집을 마련하고픈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서울 하늘 아래 내 집이 있을까 답답할 따름이다.

현 정부는 3기 신도시 발표와 임대주택 확대 외에는 8·2대책, 9·13대책 등 수요 억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누르기에 적극 나섰다가 오히려 주택가격 앙등만 초래했던 악몽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자 지난 18일부터 국토부와 서울시, 각 구청은 특별단속반을 꾸려 부동산 합동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점검은 서울 강남과 강북의 주요 아파트 단지들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서울 아파트값 과열조짐 배경에는 불법 이상 거래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근본적 문제는 손보지 않은 채 역효과 방지책만 시행하는 관료들의 발상이 안타까울 정도다.

매물이 모자르고 입주하고 싶은 신규 주택은 부족한 현실을 해결하고, 실수요자들의 주거난을 도와줄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한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분양가상한제는 우리나라 주택정책에서 또 하나의 '흑역사'를 쓸 공산이 적지않다.

그렇지않아도 1가구 2주택 중과세 강화로 똘똘한 한채를 고집하는 심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수요 억제책만을 고수한다면, 집값은 계속 치솟을 것이다. 이로 인한 국민의 고통과 좌절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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