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5.10.12 13:59

정부가 내수진작과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2주간의 일정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대규모 할인행사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별로 없는 모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돼 오는 14일까지 이어질 블랙프라이데이는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이후 소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로 앞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3개 대형백화점의 10월1일부터 6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대비 20~30%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정도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내릴 수 있겠으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지난달 2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일정을 확정 발표하면서, 시장주도가 아닌 정부가 기획한 국가적인 행사가 돼버렸다. 국민들의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정부와 업체간 사전 교감이 충분치 못했던 모습들이 행사가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노출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심지어 조롱도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실망의 목소리는 할인가격과 행사기간 중 우왕좌왕하는 할인율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나라에 들여 온 행사인 만큼 소비자들은 깜짝 놀랄만한 할인 폭을 기대했으나 막상 매장에서 접한 할인품목은 이월제품이거나, 예전의 정기세일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행사기간 중 업체에 할인율 확대를 권고했고, 여기에 대형백화점들이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다보니 대형 백화점에선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같은 제품의 가격이 다르게 표시됐고, 추가 할인율 적용이전 물건을 샀던 소비자들의 환불요구 소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 재래시장에서의 혼란도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의 경우 불과 12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은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가 전통시장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키로 계획을 수립한 것이 9월18일, 행사 참여 시장을 확정한 것이 9월30일로 준비기간이 12일 남짓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상대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뒤늦게 참여계획이 수립돼 행사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행사에 참여한 전통시장은 전국에서 1곳에 불과했다. 행사가 시작된지 3일 내에 행사를 시작한 시장도 6곳에 그쳤다.

준비가 미흡하다보니 행사내용과 홍보도 부실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공식홈페이지에서도 개별 전통시장에서 진행하는 행사내용을 확인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행사내용도 ‘10~30% 할인’, ‘온누리상품권 등 경품제공’ 등 지난 8~9월 실시한 ‘코리아 그랜드세일’ 행사와 큰차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이후 비수기에 접어든 재래시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한 소비진작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게다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도 조정될 예정에 있어 재래시장으로선 매출감소 우려만 커지게 됐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가 준비기간이 짧았고 시행 첫 해인만큼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없다”며 “내년부터는 소비자와 업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행사로 철저하게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전에 3차례나 관련업체들과 블랙프라이데이 시행에 대해 세부일정과 시행 방안을 논의하고 조율했다”며 “그러나 물리적으로 한달정도의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고 충분한 준비기간이 없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11월 넷째 목요일의 추수감사절 이튿날에 시작해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할인 행사에 힘입어 그때까지 적자였던 장부가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상점이 문을 열자마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고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한 소비자들은 함박웃음을 짓는 게 바로 이날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나 판매자나 다 행복한 게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다. 이에 비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는 “여느 세일과 뭐가 다르냐”며 볼멘소리를 내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도 기껏 할인했다는 게 인터넷 쇼핑몰보다 비싸거나 미리 가격을 슬쩍 올리고 할인하는 식의 ‘시늉만 할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만 손님이 몰리고 재래시장은 외면되는 것도 개선돼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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