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08 16:43
지난해 서울 남산 남녘 언저리에서 먼저 망울을 터뜨린 개나리를 찍었다. 올해 꽃소식, 화신(花信)은 이 무렵 어디에 이르렀을까. 따사로운 봄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소식(消息)에 대해서는 얼마 전 글에서 풀었다. 그런 소식을 전하고 받아 상황을 파악하는 일은 인류가 사회를 이뤄 살아오면서 반드시 챙겨야 했던 사안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족과 친지 등의 안부를 확인하려면 그런 정보 전달 체계를 통해야 한다.

옛 왕조 시대에 정보의 전달 체계를 이뤘던 근간은 역참(驛站)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말에서는 그저 기차역 정도로만 쓰이는 이 두 글자는(기차역을 표시할 때 한국과 일본은 驛, 중국은 站을 쓴다) 사실 옛 동양사회 통신의 축선이자 혈맥이었다.

驛과 비슷한 뜻으로 쓰는 글자가 우(郵), 전(傳), 치(置)다. 이들은 시설의 명칭인데, 공무로 오가는 관리와 관청 사이에 오가는 문서가 다 이곳을 거친다. 그런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말(馬)을 준비해 두고 그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도 마련했다. 그곳을 오가는 말이 역마(驛馬), 사람이 묵는 장소가 역관(驛館) 또는 역참(驛站), 그곳서 일하는 관리가 역리(驛吏)다.

우(郵)도 마찬가지다. 驛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그래서 둘을 합쳐 우역(郵驛)이라고도 불렀다. 굳이 구별하자면, 郵는 말을 타고 움직이는 문서 전달자가 아니라 도보로 오가는 사람을 일컬었다. 왕조마다 조금은 다른 명칭이 등장하는데 북송(北宋) 때는 문서를 지니고 이동하는 사람을 체부(遞夫)라고 한 모양이다. 우체(郵遞)는 그런 대목에서 끌어낸 합성어겠다.

역전 마라톤이라는 게 있다. 지금도 신문사 주최로 가끔 열리는 행사다. 그 역전은 한자로 驛傳이다. 驛과 傳을 한 데 묶었는데, 傳은 驛과 달리 공무 때문에 오가는 관리들에게 제공하는 마차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驛傳 역시 역과 역을 오가는 문서 전달 행위의 뜻으로 자리를 잡았다. 置 또한 그런 시설이다. 그래서 생긴 단어가 치우(置郵)인데, 우리 쓰임새는 거의 사라지고 없는 편이다.

파발(擺撥)은 조선 시대에 둔 역참 중에서 ‘특급’에 속한다. 아주 급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설치한 역참의 하나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ktx 급에 해당하는 정보 전달 시스템이다.

‘소식’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 중의 하나가 신(信)이다. 이제는 소식과 정보 등의 뜻으로 자리를 잡아 통신(通信), 전신(電信), 신식(信息) 등의 단어로 등장한다. 그러나 원래 이 글자는 ‘소식과 정보 등을 전하는 사람’의 뜻이었다고 한다. 이를 테면 우체부(郵遞夫) 또는 전령(傳令)이다.

따라서 서신(書信)이라고 하면 요즘은 그냥 ‘편지’를 가리키지만, 원래는 그 편지를 전달하는 사람을 지칭했다. 꽃 소식을 한자로는 화신(花信)이라고 적는다. 信이라는 글자의 원래 의미를 새기면 花信 역시 ‘꽃 배달부’, 나아가 ‘봄의 전령’으로 슬쩍 풀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봄이 오면 그냥 좋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다소 머물고, 하늘에는 미세먼지와 황사가 맴돌지만 그래도 봄이 기다려진다. 다가오는 봄의 기운 가득 안으시길 바란다.

 

<한자 풀이>

驛 (역 역): 역, 역참. 역말. 역관. 정거장

站 (역마을 참, 우두커니 설 참): 역마을. 우두커니 서다. 일어서다

<중국어&성어>

挂号(掛號)信 guà hào xìn: 번호(号)를 건(挂 매긴) 서신(信)이라는 뜻. 우리식의 등기우편이다.

信息 xìn xī: 정보, 또는 소식

书(書)信 shū xìn: 편지, 서신

杳无(無)音信 yǎo wú yīn xìn: 감감무소식. 전혀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상황을 가리킨다.

杳는 아득할 묘, 아득할 요의 두 발음이 있다.

络驿不绝(絡驛不絶), 络绎不绝(絡繹不絶) luò yì bù jué: 사람, 배, 수레, 차량 등이 끊임없이 오가는 상황을 가리킨다. 역시 옛 驛站과 관련이 있는 성어다. 자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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