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0.31 17:39
31일 오전 4시경 일본 오키나와 나하에 있는 '슈리성'이 불에 타고 있다. (사진=NHK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일본 오키나와(沖繩) 나하(那覇)에 있는 '세계유산' 슈리성(首里城)에서 불이 나 정전(正殿·세이덴)을 포함한 주요 건물 7채가 전소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31일 오전 2시 40분께 슈리성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차 30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지 못했다.

슈리성의 중심 건물인 1199㎡ 크기의 정전 외에 북전(北殿,)과 남전(南殿) 등 성내의 건물 7채, 약 4200㎡ 규모가 모두 소실됐다. 또 정전 등에 보관된 상당수의 문화재가 훼손됐다. 정전 1층에 있던 옥좌 '우사스카'(御差床)는 재로 변했다.

소방대원 100여명은 화재 발생 후 5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은 뒤 잔불 정리 작업을 계속해 오후 1시 30분 쯤에야 진화를 마쳤다. 현재 경찰은 화재 현장 검증을 통해 불이 난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불은 정전 근처에서 시작돼 이후 북전과 남전으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현장에는 스프링클러 등이 구비돼 있었지만 불길이 너무 거세 소방관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건물로 불이 번져 피해가 더 커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진화 작업에 참여한 40대 소방대원이 탈수 증상을 일으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슈리성은 류큐(琉球) 왕국 시대인 약 500년 전에 지어진 성채다. 일제 시절인 1933년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특히 슈리성의 대표 건물인 정전은 류큐 왕국 시대에 건축된 최대 목조 건축물이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당시 일제 육군부대 사령부가 있던 이곳에 대한 미군의 공격으로 완전히 소실됐다. 1992년부터 정전을 시작으로 전체 건물이 차례로 복원됐다. 1992년 국립 공원이 됐고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곳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일본 국내외 방문객이 6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인기 관광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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