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1.01 11:12

국립보건연구원, 줄기세포 이용해 발굴…광범위 약제내성에 탁월한 효과 입증

내성결핵 치료 모식도
이번에 발굴한 신약후보물질로 내성결핵을 치료하는 개념도.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내성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찾아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전분화능줄기세포’를 활용해 마크로파지(대식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전분화능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주로 역분화줄기세포나 배아 또는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등을 말한다.

결핵은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약에 저항하는 결핵균 역시 진화해 환자 사망률이 낮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50년간 다제내성결핵약은 ‘bedaquiline’, ‘Linezolid’, ‘Pretomanid’ 등 3개만 개발됐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결핵은 전세계 사망원인 1위 질환이고, 국내에서도 매일 5명의 환자가 내성결핵으로 죽어가고 있다.

김정현 보건연구관이 이끄는 연구팀은 결핵균이 마크로파지 안에 잠복해 약의 독성을 교묘하게 피하는 속성에 주목했다. 대식세포로 불리는 마크로파지는 병원체나 그 부산물을 먹어치우는 면역세포다. 그런데 결핵균이 오히려 면역세포를 이용해 자신의 생존을 이어가는 것이다.

연구팀의 후보물질 발굴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수많은 마크로파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여기에 결핵균을 감염시키고, 활성화합물과 기존 약물로 구성된 3716개의 패널(화합물 라이브러리)을 접촉시켜 반응(효과)을 살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해서 마크로파지에는 독성이 없으면서 숨어있는 결핵균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항결핵 신약후보물질 6건을 발굴했다. 이어 연구팀은 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광범위 약제내성의 결핵균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후보물질(10-DEBC)을 최종적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약효검증 실험에서 10-DEBC가 줄기세포로 만든 대식세포 감염 결핵뿐 아니라 사람의 대식세포에 감염된 결핵균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스크리닝 플랫폼'도 개발했다. 스크리닝 플랫폼은 어떤 약물이 결핵균에 효과가 있는지 정확하게 선별하는 기법으로 이를 통해 결핵환자의 맞춤식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크로파지 대량생산기술은 지난달 30일 특허가 완료돼 앞으로 다양한 연구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립보건연구원 김성곤 생명의과학센터장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찾아낸 항결핵물질이 난치의 결핵을 퇴치하는 약물개발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며 "특히 스크리닝 플랫폼 기술은 대식세포의 살균작용을 교묘하게 피하는 다양한 병원체를 퇴치하는 약물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