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11.02 06:45

'핀매 중단' 편의점 이어 면세점도 신규 발주 중단
전자담배산업협회 "국내 판매제품은 미국과 구성성분 달라"

전자담배 흡연이 '천명' 발생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가 점점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0월 23일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 관리 2차 대책'을 발표하면서 중증 폐 질환 논란이 일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이 발표에 따라 GS25와 CU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이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3개 면세점도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의 신규 발주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 이어 필리핀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일 에릭 도밍고 필리핀 보건부 차관은 "초등학생들도 이용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는데, 전자담배 사용자 증가가 심히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미국에서처럼 중증 폐 손상 사례가 필리핀에서 일어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보건당국이 23일 밝힌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은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조치보다 강력하다. 그만큼 전자담배로 인한 폐해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유해성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손상 사례' 및 사망사례가 다수 보고됐으며, 지난 달 15일 기준 중증 폐손상 사례는 1479건, 사망사례는 33건에 이른다.

특히 중증 폐손상 환자의 79%가 35세 미만(18세 미만은 15%)이며 대부분(78%) 대마유래 성분(THC)을 함유한 제품을, 일부(약 10%)는 니코틴만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THC(tetrahydrocannabinol)는 대마초 성분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전자담배 내 유해성분 분석을 올 11월까지 끝내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진행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체 유해성 연구는 2020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왕<b>진화</b> 기자)
(사진=왕진화 기자)

◆전자담배산업협회 "일반 담배 흡연율을 다시 높이는 행위"

국내에서는 대마 등 마약유래 성분을 팟에 사용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측과 액상형 전자담배를 유통 중인 소매점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과 국내 판매제품의 구성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우려하는 일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는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진상규명 대국민 공개토론 및 공청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의 이 같은 권고야말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수입업체, 전문판매점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병준 협회 회장은 "현 정부 정책은 일반 담배 흡연율을 다시 높이거나, 합법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성인들에게 혼란을 주는 등 위험한 형태로 국민들을 유도하고 있다"며 "국내 의심 환자에 대해서도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달 2일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보고된 바 있는 30세의 이 남성환자는 그동안 궐련을 피우다가 발병 2~3개월 정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사용 중지까지 권고할 정도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심각하게 폐 건강을 해친다고 정부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해당 환자의 건강상태와 전문가의 의견을 좀 더 공유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검출 및 인체 유해성 분석 실험이 정부에서 진행 중이라면 시험 방법, 시험 종류, 시험 대상 화학물 등 일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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