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훈기자
  • 입력 2016.03.08 19:01

검찰이 교비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의 한 유명 외국인학교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학교 건물 공사 대출금 중 72억원을 교비로 갚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 및 사립학교법 위반)로 서울의 영국계 외국인학교 이모(48·여) 입학처장과 남편 금모(51)씨, 해외법인 최고재무책임자인 싱가포르 국적의 Y(46)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영리법인은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없다'는 국내법을 피하기 위해 홍콩에 페이퍼컴퍼니인 비영리법인을 만든 뒤, 국내 외국인학교에서 나오는 수익을 나눠가지려 했다.

이 학교 영국 본교는 서울이 아닌 영국령 카리브해 케이만군도에 있는 영리법인에 학교 이름을 내줬다. 영리법인은 홍콩에 비영리법인을 만들었고, 홍콩법인은 한국에 분사무소를 만들어 학교를 세웠다.

이들은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홍콩법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학교 건물 공사 대출금 100억원 중 72억원을 학생들의 수업료로 되갚고, 교비 2억5600만원을 홍콩법인 운영자금으로 보내는 등 교비 74억56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본교에 지급할 로열티 외에 별도로 '프랜차이즈 비용' 계약을 체결해 매년 학교 교비의 6%를 챙기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구청이 공영주차장 건설 명목으로 지급한 건축 지원금 중 1억6000만원을 정해진 용도가 아닌 학교 설립 준비자금으로 유용하기도 했다.

사립학교법에는 교비회계와 일반회계를 엄격하게 분리해 학생들의 수업료 등을 교육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학교 설립 전에 지자체와 약속한 투자는 이행하지 않고 외국인학교 설립을 장려하기 위해 지자체가 내놓은 각종 혜택만 누렸다"며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영국 명문사립학교의 분교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이나 3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내국인 자녀에게만 입학 자격을 주고 있다. 총 정원은 700명이며 내국인 자녀는 정원의 25%까지 입학이 허용된다. 1년 학비는 3000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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