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19.11.05 15:54

교육부 13개 대학 실태조사…학종 지원자 대비 합격률 일반고 9.1% 외고 13.9% 과고 26.1%
과고·영재고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의 2.9배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학종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YTN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합격률이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고교서열화돼 있다는 사실이 교육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돼 학종으로 발전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된 실태조사에서 특목고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종에서 과학고·영재고, 외고·국제고, 자사고 순으로 합격률이 높았다. 일반고는 학종과 수능 모두에서 가장 낮은 합격률을 보였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2019학년도 4년간 학종 비중이 큰 13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계기로 입시 제도 불공정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학종 선발 비율이 높으면서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은 특정 학교 출신 선발이 많은 전국 13개 대학을 뽑아 지난달 학종 실태 조사를 벌였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으로부터 2016∼2019학년도 총 202만여 건의 전형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조사에서 교육부는 대학 측이 현행 입시 제도에서 금지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사실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고착화된 고교 서열화는 확인했다.

학종 지원자 대비 합격률은 일반고의 경우 9.1%에 그친 반면 자사고(10.2%), 외고·국제고(13.9%), 과고·영재고(26.1%) 등은 모두 두 자릿수의 합격률을 보였다.

과고·영재고 학종 합격률은 일반고의 2.9배나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학종 선발시 학교에 등급을 매겨 학생을 평가하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느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교 소재지별로도 서울 고교 학생 수는 전국에서 17.2%를 차지했으나 합격자 비중은 학종에서 27.4%, 수능에서 37.8%로 학생 수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일부 고교가 편법으로 과거 졸업자 대학진학실적이나 학생 어학 성적 등을 제공한 사실도 밝혀냈다.

자기소개서, 추천서에서는 기재가 금지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내용이 들어가는 등 위반 사항이 366건 발견됐고 자소서에서도 표절로 추정되는 경우가 228건이나 있었다.

특기자 전형에서 어학 능력 등을 자격·평가요소로 설정해 특정 고교 학생이 일부 계열에서 합격자의 70%를 차지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국가보훈대상자, 지역인재, 농어촌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른기회 특별전형은 총 등록 인원 기준 8.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교육부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 정보 제공방식을 개선하고 학부모 영향력을 최소화하도록 자소서 등 비교과 영역의 대입반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학종을 개선하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지난 10년 동안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질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다"라며 "실태조사에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들은 추가 감사를 진행하고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가이드라인 내실화 등 제도개선도 추진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고교서열화는 확인했지만 고교등급제 운영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입시 불공정 사례는 고교등급제 등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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