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11.06 05:40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올해야말로 다를 줄 알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도 갈 길은 구만리였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2015년 정부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만든 쇼핑 축제로,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목적도 포함돼 있다.

매년 시큰둥했던 소비자들의 반응은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오히려 격앙됐다. 공식 홈페이지엔 시작 첫날부터 성토가 이어졌고, 할인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소비자 기만이 아니냐는 내용까지 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적용된 할인율은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믿을 게 되지 못했다. 할인폭이 대폭 크거나, 고정돼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제품 사진 하단마다 '세일상품 정보는 해당 업체에서 지정한 기간동안 보여지며, 별도의 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가 삽입돼 있어 결국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이커머스에 이게 정말 저렴한 지 재검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공식 홈페이지 할인 제품 리스트에서, "기존보다 9% 할인됐다"며 3만1900원의 가격으로 표시된 블루투스 이어폰의 '상품구매 바로가기'를 누르자 아웃링크로 연결됐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제품이 3만4900원으로, 할인되기 전 가격이 표시돼 있었고 배송비 2500원도 따로 붙었다. 아무리 별도의 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다지만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업계 중심의 추진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올해 처음 민간 주도로 운영된다고 알려졌으나 홍보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행사가 현재 진행 중인지조차 모르는 국내외 소비자들을 찾기가 더 쉽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정부도 올해는 뭔가 다른 대책을 마련했나 싶었지만 크게 변한 건 없는 분위기다.

오히려 규제 강화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에 맞서 한때 보이콧을 외쳤던 백화점 업계는 이런 방침을 철회하고 막판에 참여했지만 할인 공세보다는 사은품 증정에 그쳤다. 내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정부 발표가 무색할 정도였다. 

5년째 제자리걸음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고 처음부터 다시 끼워넣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먼저 봤을 때 공식 홈페이지의 정리정돈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공식 홈페이지에는 각 브랜드별 할인율에 대한 정보가 중구난방 나열돼 있다. '참여기업 매장과 홈페이지를 통해 더 많은 기업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참여기업에게 소개를 미룰 게 아니라,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돼 있어야 공식 홈페이지가 존재하는 의미도 클 것이다. 소비자들이 재검색 할 필요 없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 비교 사이트처럼 다양한 툴도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할인폭이 큰 행사를 개최해 최대한 소비자들의 이목을 이끌어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가 공통적으로 잘 되는 이유는 딱 하나 뿐이다. 1년 중 가장 '큰 폭'으로 깎아주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가능하기 위해선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 운영진과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기업이나 유통업체 등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부담을 더 지게 할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기보다도 다함께 잘 되고자 진행하는 할인 행사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품 할인폭 최대화와 다양한 이벤트 등 풍성한 구성을 독려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안 등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정부 부처간 엇박자는 곤란하다. 한 쪽은 규제를 강화하고, 한 쪽은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서로 의견차를 좁혀나가는 노력부터 보여야 한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미운오리새끼에서 하루빨리 자라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한국판 광군제'라는 왕관을 쓴 백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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