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1.07 11:40

식약처 발표 내용과 유사, 말기 암환자에겐 도움 안되는 "그 얘기가 그 얘기" 내용 지적도

(사진=YTN뉴스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동물용 구충제의 항암효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단체가 효능과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7일, 암환자가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것과 관련, “이 약의 항암효과에 대한 임상 근거는 없으며,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아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펜벤다졸 파동은 최근 미국에서 소세포폐암 말기(확장성 병기) 환자가 복용한 뒤 암이 완치됐다는 사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펜벤다졸 무용론’을 발표했음에도 암 환자의 복용 치험례가 계속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되는가 하면, 구충제를 구입하기 위해 암환자들이 동분서주하는 사례마저 발생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에 의협이 발표한 내용은 식약처의 기존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협은 먼저 펜벤다졸의 암 억제력에 대한 기전은 인정했다. 세포내에서 세포의 골격, 운동, 분열에 관여하는 미세소관을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협은 “일부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 적용하려면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돼야 한다”며 “현재까지 이 같은 연구는 없었다”고 못 박았다.

특히 의협은 "미국 사례의 경우,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으면서 자의로 펜벤다졸과 함께 기타 보충제를 복용했기 때문에 펜벤다졸이 치료효과를 낸 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펜벤다졸의 부작용도 경고했다. 동물에서 구토, 설사, 알레르기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특히 고용량 복용 시 독성간염이 발생한 사례가 학술대회에서 보고된 바 있다는 것이다.

항암제 중에서 펜벤다졸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는 의약품도 기존에 나와 있다고 의협은 부연 설명했다. 벤다머스틴이라는 항암주사제는 2008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다발성골수종 등 혈액암의 치료목적으로 승인을 받아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하지만 이러한 약제는 골수억제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협의 전문적인 의견 제시에도 암환자들 사이에서 '펜벤다졸 파동'은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의협의 의견이 원론적인데다 기존 식약처의 발표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으로 포기하다시피한 말기암 환자에게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 “부작용 가능성이 높다”와 같은 내용은 한가한 얘기로 밖에 들릴 수 없는 것이다.

펜벤다졸이 아니더라도 민간요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찾아 떠도는 환자가 지금도 부지기수라는 점에서 보건당국과 전문가 단체의 성실하고 책임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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