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1.07 13:22

복지부, 한국한의약진흥원과 4개 한방병원으로 구성…해묵은 주제에 민간사업 재탕, 특정 병원 몰아주기 의혹도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이 미국 의료인을 대상으로 추나요법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이 병원은 복지부 주최 '2019 메디칼코리아' 행사에서 한의학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이 미국 의료인을 대상으로 추나요법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이 병원은 복지부 주최 '2019 메디칼코리아' 행사에서 한의학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정부가 한의학의 세계화를 내걸고 민관한방병원 연합체를 만들어 지원한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한데다 지원금마저 빈약해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한의약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5개 기관이 참여하는 ‘한의약 세계화 지원단’을 2021년까지 3년간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지원단은 한국한의약진흥원을 중심으로 경희대와 부산대한방병원, 자생한방병원, 청연한방병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기관은 지난 9월 복지부가 실시한 공모에 응모해 사업계획 등을 평가받은 뒤 선정됐다. 지원단의 사업목표는 한의학의 노하우를 외국 의료인과 의대(병원)에 전수하고, 해외로 진출하려는 한의사를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엔 외국인 30명의 한의약 연수 , 미국·러시아·카자흐스탄 의대·병원과의 교육 업무협약(MOU) 체결, 미국 진출 희망 한의사를 위한 교육 교재 개발 등 3개 세부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사업예산으로 국비 3억7000만원을 지원하고, 지원단 참여병원이 각각 8000만원씩 출연해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하지만 한의학의 세계화는 이미 몇십년 반복해온 ‘해묵은 주제’다. 한의학의 발전계획에 감초처럼 들어가던 주제가 바로 ‘세계화’와 ‘과학화’였다.  

게다가 국내 한의사의 해외 진출이나 해외 의료인 대상 국내 연수 또한 오래 전 민간 차원에서 진행해오고 있는 내용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다. 실제 경희대한방병원이나 자생한방병원 등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의사의 연수는 물론 학술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해외 환자의 내방도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의학의 세계화’ 표방은 ‘뒷북 전시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4개 한방병원만 참여한다는 것도 그렇다. 전국에 10개 한의과대학이 있고, 의원급에서도 특화된 진료를 통해 해외 환자를 유치하거나 해외진출을 꾀하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원단 구성이 '특정 병원 몰아주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된다. 

예산 또한 초라하다. 기관별로 나누면 6000만여 원에 불과한데다, 여기에 절반 이상을 병원 부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 자체가 '지원'이라기 보다는 ‘마중물’ 성격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한의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관여할 경우, 그동안 민간차원의 협력에서 좀더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시스템이나 교재 개발, 정책 연수, 강사진 양성 등이 그것이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은 “외국 의사에게 체계적인 연수와 교육을 실시해 한의약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진출 한의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내년 1월 사업내용을 평가해 2020년 사업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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