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11.08 05:05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얼마 전 젊은 여성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목숨에 귀천이 없듯이 소중한 삶이 안타깝게 끝났으니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연예인의 죽음과 소위 '악플'이라고 하는 비난 일색의 댓글 문화가 연결되면서 악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이 분분해지고 있다. 

일단 유명 포털사이트인 DAUM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 기사에 댓글 자체를 달지 못하게 조치했다. 악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이 조치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 우선 악플은 연예기사에만 달리는 것이 아니다. 정치, 사회분야는 물론 스포츠 기사에도 악플은 수시로 많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연예 기사에만 한정해서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한다면 연예인만 악플에 예민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이를 감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또한, 비난이 두려워 건전한 비판마저 수용할 수 없게 만드는 점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특정한 존재의 성장은 지지와 응원과 함께 자신이 인식할 수 없는 측면의 근거 있고 건실한 비판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부작용 때문에 이런 기회마저 박탈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판정된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관한 주장의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분명히 악플 방지에 일정수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익명성 확보를 통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 권리 보장 차원에서 이미 위헌 판정이 난 정책을 수정 없이 도입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해 댓글에 ID 풀네임과 IP를 공개하고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통일된 ID 공개정책을 기반으로 개인적 책임성을 강화한 일명 '준실명제' 법안이 최근 발의됐다.

하지만 단순히 댓글을 다는 사람의 신상이 공개되는 형태의 조치만으로 악플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 현재도 어느 정도 개인 확인조치를 통해 ID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사이버범죄 처벌 수준을 집행유예 없는 실형을 하한선으로 정하는 등 대폭 상향시키고, 댓글 기능이 가능한 사이트의 관리 책임을 크게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악플 문제를 소수의 문제 혹은 작은 오류 정도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 악플 문제는 소수가 저지르고 소수가 피해를 보는 구조도 아닐 뿐더러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도 흉기로 누군가를 해치는 물리적 작용이 없을 뿐 사람의 목숨이 관련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과 관련된 일인데 이게 어떻게 작은 일이 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정이 어렵다면 강력한 규제만이 해답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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