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19.11.07 17:16

"부채 포함 300억 달러에 인수" 공식 제안

(사진=제록스 공식 페이스북)
(사진=제록스 공식 페이스북)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지난해 일본 후지필름에 합병될 뻔하며 '디지털 혁명 시대에서 좌초됐다'는 평을 받던 제록스가 저물어가는 프린터 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제록스는 HP를 부채 포함 300억 달러(약 34조 8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공식 제안했다. 이는 전날 HP 주가에 20%가량 웃돈을 붙인 액수다. 

물론 제록스의 시가총액은 약 80억 5000만 달러로 약 273억 달러에 달하는 HP의 3분의 1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인수에 자신 있어 하는 모양새다.

앞서 제록스는 지난 5일 일본 후지필름과 관계를 청산하면서 약 23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 아울러 파이낸셜타임스는 "제록스가 주요 은행으로부터 'HP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올해 주가가 부쩍 오른 점도 제록스의 자신감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제록스의 주가 상승폭은 71%로 S&P500 종목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주도로 일본 후지필름의 합병 시도를 저지하고, 경영진을 쇄신한 점이 주효했다. 제록스의 최대주주인 아이칸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한 것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제록스는 HP 인수 뒤 중복 사업을 정리해 연간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프린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이 줄면서 프린터 생산을 주 업무로 하는 제록스나 HP 등은 인수합병(M&A)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 분석가들의 중론이다.  과거 사명(社名)이 '복사하다'라는 동사로 쓰이던 '혁신의 원조' 제록스가 업계 'M&A 붐'의 선두주자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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