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1.08 17:35

나경원 "재산 다과에 따라 군 복무가 결정되는 문제 생길 수 있어"
박지원 "총선용이라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야"
민중당 "60만 병력을 계속 유지하자는 건 냉전에 찌든 낡은 생각"

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모병제'를 거론한 이후, 여야 정치권이 진영논리와 무관하게 '백가쟁명'식으로 이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공론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8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언젠가는 이 모병제를 검토해야 될 때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바로 국방 보완책과 재원마련 없이 성급히 추진한다면 그 부작용이 엄청 클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이 신중해야 될 병역에 관한 사항을 총선을 앞두고 총선 포퓰리즘성 공약으로 던져놓고 있다. 매우 신중치 않은 자세이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병역문제에 있어서 잘못하면 불공정을 강조하는 제도가 되는 것이 바로 모병제"라며 "결국 집권여당이 이 모병제를 불쑥 띄운 것, 한마디로 표 장사나 해보겠다고 던져보는 그런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안보가 여당 선거용 제물인지 묻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모병제 잘못 시행한다면 결국 재산의 다과에 따라서 군대 가는 사람과 안가는 사람이 결정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매우 확산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지키지 못할 약속 남발해서 선거에서 써먹을 생각 말고, 정말 우리 젊은 남성들을 위한 정책, 정말 우리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정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백승주 국방위원회 간사는 "먼저 뜬금없이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모병제'를 검토한다고 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공정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정부의 재정능력도 감안하지 않은 정말 총선을 앞둔 선거공직 속에서 거론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개탄한다"고 피력했다.

한마디로, 한국당 의원들의 전반적 스탠스는 민주당이 들고 나온 모병제를 '총선용 표 장사'로 보면서 경계하는 분위기로 요약된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측의 시각도 한국당의 시각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변혁'모임의 유승민 대표는 앞서 전날 "총선을 앞두고 모병제라는 것을 들고 나온 것은 그 저의가 정말 의심스럽다"며 "근본적으로 모병제는 징병제에 비해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제도"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의 하태경 의원은 8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병제는 찬반을 떠나 당장 실현 불가능한 제도"라며 "총선을 겨냥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대신 그는 ‘여성희망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지금 시급한 문제는 부족한 병역자원 해소다. 과학기술국방의 추구로 부족한 병력 보완하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도 있다"며 "여성은 현재 부사관과 장교로만 군에 갈 수 있지만 사병 복무는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병역법을 고쳐 여성도 희망자에 한해 군복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내에서 소신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김해영 최고위원도 8일 "섣부른 모병제 전환은 안보불안을 야기하고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모병제와 관련해 부정적 기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8일 자신의 SNS게정에 올린 메시지에서 "모병제는 더 늦출 수 없다. 이 문제는 보수·진보를 넘어선 초당파적 이슈"라며 "지금의 징병제로는 숙련된 정예 강군을 만들 수 없다. 핵심 전투병과부터 직업군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의 전투장비는 고가의 첨단장비로 숙련된 직업군인이 다루어야 고도의 전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안신당(가칭)의 박지원 의원도 윤상현 의원과 마찬가지로 모병제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는 8일 자신의 SNS에 "DJ 집권 말 비서실장 재임 때 모병제를 검토했다"며 "임기 말이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당시 대선후보였던 손학규 예비후보에게 공약으로 할 것을 설명했으나 무반응해 빛을 보지 못했다. 총선용이라고 마냥 매도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 진지하게 국민적 토론이 필요한 주제"라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민중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민중당은 8일 이은혜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모병제가 공론화 되고 있는 점 환영한다. 민중당은 창당 이래  모병제로 전환할 것을 일찌감치 당론으로 정하고 관련한 내용을 준비해왔다"며 "작년 남과 북의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선언했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에 맞게 군대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60만 병력을 계속 유지하자는 건 냉전에 찌든 낡은 생각이다. 더구나 최근 한국사회의 저출산을 감안하면 현재의 병력 유지는 불가능하다"며 "모병제가 하나의 대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