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11.09 07:30
대머리 호로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이 새는 머리는 작지만 개코 원숭이 못지 않게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제공=NYT)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대머리 호로새는 새중에서도 머리가 작다. 이를테면 닭대가리다. 그런데 이 새가 안정적으로 무리를 이루고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콘스탄츠대학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대머리호로새의 생태를 연구해 얻은 이런 결과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었다.

9일 뉴욕타임스(NYT) 에 따르면, 연구진들은 이 새가 개코원숭이 못지 않은 사회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머리 호로새들이 날 수 있지만 좀처럼 날지 않는다. 대신 떼를 지어 종종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걷는다.

머리가 벗겨지고 붉은 눈을 가진 새떼가 풀숲을 지나며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들은 점심시간에 구내식당 식탁을 찾는 중학생처럼 보인다.

그들은 서로를 뒤쫓거나 엄격한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싸울수도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음식을 나누는 것과 같은 친근한 행동을 한다.

그들의 집단은 새들로서는 유별나게 크며, 때로는 60마리로 구성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다른 사회 조류들이 매우 영역을 중시하지만, 이 새는 영역을 공유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연구팀은 케냐 난유키의 음팔라연구센터에서 총 441마리의 대머리호로새를 대상으로 사회적 습성을 관찰했다.

연구진들은 대머리호로새가 총 18개 무리로 나뉘어 있는 것을 파악했으며, 각 무리에서 한 마리 이상씩 총 58마리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해 각 무리 간 위치를 매일 24시간씩 1년간 관찰했다.

무리 생활을 하는 다른 조류들이 이 무리 저 무리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달리 대머리호로새는 한 무리에 포함돼 안정적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에는 나무 주변에 수백마리가 함께 모여 있다가 낮에는 거의 완벽하게 소그룹으로 나눠 생활했다.

이는 전체 무리 내에 그룹이 있고 그 안에 소그룹이 있는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조류에서 이런 복잡한 사회가 관측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매일 아침 수백마리의 새가 한 둥지에서 나와 거의 완벽하게 안정적인 그룹으로 나뉘는 것을 관측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미엔 파린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많은 의문을 던진다"라며 "대머리호로새가 조류보다는 유인원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사회적 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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