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11.10 14:59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 상반기 제조기업의 현금은 줄고 재고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코스피 상장기업 529개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제조기업의 현금성자산은 4.0% 감소하고 재고는 7.8%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 4년간 지속된 증가세가 꺾였고 재고는 지난해에 이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 둔화로 현금성 자산이 줄고 매출 증가의 정체로 재고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상장기업 529개사의 올해 상반기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296조9000억원에서 289조원으로 감소했다. 529개사 가운데 현금성자산이 늘어난 기업(258개사)과 줄어든 기업(271개사)의 수는 비슷했다. 다만 늘어난 규모는 17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규모 25조5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현금성 자산은 대차대조표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을 합친 것으로 현금성 자산이 많을수록 기업이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제조기업(325개사)의 현금성 자산이 210조5000억원에서 202조1000억원로 줄면서 4년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한경연은 기업들의 현금성자산 감소 원인이 영업활동 부진으로 현금 흐름이 감소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상장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68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9% 줄어들면서 지난 5년 동기간 대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7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5조7000억원) 대비 절반 이상(50.5%) 줄면서 2012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40.4% 줄어 제조업의 업황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상장 기업의 자산대비 현금 비중은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500대 기업과 비교해도 낮았다. 한경연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DB를 이용해 2018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과 한국의 매출 100대 기업의 자산대비 현금 비중을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글로벌 500대 기업의 자산대비 현금 비중이 18.2%로 한국의 매출 상위 기업의 10.7%에 비해 높았다.

또 지난해 말 대비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 상위 기업들의 자산대비 현금 비중은 0.9%포인트 감소한 반면 글로벌 기업들의 비중은 0.2%포인트 늘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편, 올해 상반기 상장 회사들이 보유한 재고자산은 229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2017년, 2018년의 재고자산 증가율은 각각 8.2%, 12.7%로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 증가율(6.1%)에 비해 높았지만 재고자산 증가의 성격은 달랐다.

2017~2018년 재고자산 증가는 매출 확대로 인해 늘어나는 ‘잘 팔리는 재고’였다면 올해는 ‘안 팔린 재고’였다. 특히 제조기업의 재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12조2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1년 동안의 재고증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상반기 제조기업의 재고자산회전율은 3.7회로 3년 연속 감소하는 등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지는데 41일 걸리던 것이 올해는 49일로 일주일 이상 늘어났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영업활동 부진으로 현금성 자산이 감소하고 재고가 급증했다”며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경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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