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1.11 12:23
우리은행 서울 중구 본점 (사진=박지훈 기자)
우리은행 서울 중구 본점 (사진=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가 미·중 무역합의 순풍에 독일 국채 금리가 반등하면서 원금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DLF 판매 관련 자료를 고의로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DLF 검사 결과에 따라 은행장에 대한 제재를 내릴 수 있는 상황으로 하나은행이 사실상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11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오는 12일 만기를 맞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의 수익률이 2.2%로 최종 확정됐다. 

해당 상품은 최종 수익률이 확정되는 평가일인 지난 8일, 독일 10년물 금리가 행사가격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4% 내외의 수익이 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날 독일 1년물 금리는 –2.61%로 행사가격(-0.3%)보다 높아 수익을 내게 됐다. 이 상품(잔액 113억원) 가입자는 원금을 잃지 않게 됐다.

우리은행 판매 DLF가 원금 손실에서 수익 발생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미중 협상 진전 소식이 있었다. 지난달 8일 –0.6%에 가까웠던 독일 10년물 금리는 미중 스몰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달 11일 –0.4% 중반, 21일 –0.3% 중반까지 상승했다. 평가일인 8일을 하루 앞둔 7일에는 –0.2%대로 접어들었다.

양국 협상 청신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만기가 11일, 19일인 DLF의 행사가격은 –0.33%, -0.30%로 각각 평가일인 14일, 15일에 독일 10년물 금리가 이보다 높으면 수익률 2.3%를 확정 짓는다.

우리은행이 독일 금리 급락을 야기한 미중 갈등이 해소되며 원금 손실 규모를 덜어내는 와중에 하나은행은 DLF 관련 고의 삭제 의혹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무거운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DLF 사태와 관련한 대대적인 검사를 앞둔 지난 8월 초, 하나은행이 자사 DLF 판매 자료를 고의로 삭제했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달 2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동성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지성규 하나은행장 지시로 두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 결과를 담은 자료가 삭제됐다”며 말한 바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모두 불완전판매, 소비자에 불리한 직원실적평가 시스템 운용으로 금융당국의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특히 하나은행은 이번 자료 삭제 건으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에 대한 제재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처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DLF 관련 원금 손실 규모는 우리은행 쪽이 더 커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 역시 더 뚜렷할 것으로 보였으나 독일 금리의 반등으로 이슈는 하나은행에 맞춰지고 있다"며 "자료 삭제 관련 문제로 금융당국의 제재도 CEO, 임원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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