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11.11 19:02

우기홍 KAL 대표 "항공사와 소비자 간 균형 생각하는 항공정책 절실"
김병재 "항공기의 취득세‧재산세 부과 철폐로 공정경쟁환경 조성해야"
황용식 "9개 항공사가 경쟁 중인 우리나라에도 구조조정 시기 왔다"

한국항공협회가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과도한 정부 규제 전 세계에 유례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사진=손진석 기자)
한국항공협회가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과도한 정부 규제 전 세계에 유례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현재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구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소비자 위주의 항공정책은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며 “최근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같이 항공사가 살아나가기 쉽지 않은 국내 항공산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없는 재산세, 부품에 대한 관세 등 제도나 법 절차와 마일리지 정책, 운임제도 등의 항공정책에서 항공사와 소비자 간 균형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우 대표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산업 위기 대응 및 경쟁력 강화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이와 같이 말하며 항공산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마일리지제도‧운임 등 항공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되어 있다”며 “항공사와 소비자를 균형 있게 생각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이날 토론에 참석한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도 과도한 규제로 인해 항공산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론에 참석한 항공사 관계자들은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도 운임 규제, 과도한 과징금 규제 등에서 탈피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가 항공기 및 부품을 취득할 때 과세를 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항공기를 등록할 때 납부하는 취득세율과 재산세율을 보면 대형 항공사는 각각 항공기 가격 대비 2.02%, 0.3%, 저가 항공사는 0.8%, 0.15%를 적용받는다. 그동안 항공산업의 발전 차원에서 항공사들은 취득세 60%, 재산세 50%의 감면 혜택을 받아왔지만 이같은 규정마저 사라졌거나 곧 없어질 처지에 놓여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방세관련 세법을 개정해 저가항공사에만 2021년까지 취득세 60%, 재산세 50% 감면 조치를 한시적으로 연장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비해 대형 항공사는 이미 취득세와 재산세를 세율대로 100% 납부하고 있다.

정부는 항공기 취득세‧재산세와 마찬가지로 항공기 부품 교역도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세금을 100% 감면하고 단계별 감면율을 축소해 2026년 100% 과세할 예정이다.

반면,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국가에서는 사업용 민간항공기를 국방‧외교‧경제 중요자원으로 판단해 관련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부품 역시 다른 국가에서는 무관세로 교역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산업 업계에서 항공기 부품의 무관세 교역은 원활한 정비부품 수입으로 항공안전을 강화할 수 있으며, MRO(항공정비)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김병재 상명대 교수도 “대한민국에만 있는 규제, 예를 들어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부과, 항공기 부품 관세 부과 등을 과감히 철폐해 공정 경쟁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MRO(항공정비)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통해 항공산업의 지속 성장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손진석)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손진석)

한국항공협회는 이날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로 신음하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에 과감한 지원과 구조적 변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은 기조발표에서 “국적항공사는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하다”며 “환율 등 외부 변동성에 특히 취약하고 타 산업대비 영업이익률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10월 기준 한-일노선 여행객이 전년대비 43%가 감소했고, 이로 인한 국제선 매출 피해도 연간 7800여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하며 메르스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항공유 관세의 한시적 면제,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항공기 투자 세액 공제, 항공기 도입 시 정부 보증지원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김 총괄본부장은 “해운 및 육운에선 세금감면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듯이 국내 유사 교통산업과 형평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우리 공항‧항공사의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고 제언했다.

토론회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국내 항공업계의 위기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이와 같은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완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항공사간 인수합병,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한 미국 및 EU 사례를 언급한뒤 "작금의 국내항공업계의 위기는 구조적인 부분에서 비롯됐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항공자유화로 촉발된 항공사들의 난립과 과잉 경쟁은 결국 메가 캐리어(Mega-Carrier) 체제로의 변화로 이어진 바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황 교수는 “생존을 위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목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던 것으로 9개의 항공사가 경쟁 중인 대한민국도 이와 같은 구조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선택과 집중의 결단이 필요하다.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해 과감한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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