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1.12 09:48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14년 장기집권에 이어 20년 통치를 꿈꿨지만 '개표 부정' 의혹에 따른 시위 격화로 사퇴 의사를 밝힌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멕시코에 망명할 것으로 보인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11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몇 분 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며 "전화통화를 통해 모랄레스 대통령이 정치적 망명을 공식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주의적인 이유와 그가 위험에 처한 볼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정치적 망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관은 멕시코 의회에 이 결정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볼리비아 정부에도 모랄레스가 안전하게 멕시코로 올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망명 허용 결정을 이미 미주기구(OAS)에 전달했으며, 유엔에도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가 언제 어떻게 멕시코로 오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2006년 처음 대통령에 취임한 좌파 모랄레스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의 부정 논란 속에 퇴진 압박에 거세지자 지난 1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대선에서 89년 만에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선 멕시코는 모랄레스의 퇴진이 군사 쿠데타라고 비판하면서, 모랄레스가 원할 경우 망명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 사퇴 발표 이후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쿠바, 베네수엘라, 멕시코, 니카라과 등 중남미 안팎의 좌파 지도자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신이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밝힌 점에 동조했다. 반면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우파 정부들은 쿠데타라는 규정을 하지 않은 채 볼리비아의 안정을 촉구하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WP는 “모랄레스 퇴진 이후 남은 질문은, 이것이 민주적 의지에 따른 것이었는지 쿠데타였는지 여부”라며 “과연 민주주의가 회복된 것인지 아니면 무너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볼리비아와 중남미에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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