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1.13 09:49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낮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VOA News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대선 부정 논란 속에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망명지인 멕시코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직후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낮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내렸다. 사임 발표 이틀 만에 멕시코에 도착한 모랄레스는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는 도착 직후 기자들 앞에 서서 "(멕시코가)내 목숨을 구해줬다"며 멕시코 정부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자신이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했음에도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볼리비아에서 자신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살아있는 한 정치를 계속하겠다. 살아있는 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2006년 볼리비아 대통령에 취임해 13년간 집권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지난달 실시한 대선에서 4선에 성공했지만 부정 선거 논란이 일었다. 최근 미주기구(OAS)가 선거 부정이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군부까지 사퇴를 압박하자 지난 11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멕시코 정부는 모랄레스 퇴진이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그에게 망명을 제공하겠다고 말했고, 이를 받아들여 곧바로 모랄레스가 망명을 신청하면서 속전속결로 망명이 이뤄졌다.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모랄레스에게 망명을 제안하라는 지시를 자신이 직접 내렸다고 밝혔다. 좌파 지도자인 모랄레스의 망명을 허용하는 것이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에브라르드 장관은 "미국과의 관계는 최근 몇 년 새 가장 좋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14년을 이끈 지도자가 쫓기듯 외국으로 간 볼리비아는 극심한 혼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수도 라파스 등 볼리비아 곳곳에서는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군의 통제로 방화나 약탈 등 소요사태는 다소 진정된 상태다. AP통신은 지지자들의 시위가 대체로 평화적이었다고 전했다.

모랄레스를 이을 대통령 권한대행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헌법에 정해진 승계자인 부통령과 상하원 의장도 줄줄이 사퇴한 상태다. 이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닌 아녜스 상원 부의장을 대통령 대행으로 추대할 예정이었으나 다수 여당 사회주의운동(MAS)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회의를 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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