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3.09 18:11

투자자들은 '반짝 상승' 의견쪽으로 기우는 듯

원자재 가격 반등시기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동시에 나왔다. 상승국면으로 전환이라는 의견과 비관적이라는 의견이 충돌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직 원자재 가격 상승국면 전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9일 미국의 블룸버그와 골드만삭스는 원자재 가격 전망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올 들어 크게 오른 원자재가격 데이터를 근거로 ▲원자재가격 상승국면 진입 ▲세계 경기 회복 등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원자재 가격 반등은 지속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상승 전환을 예측한 건 미국의 블룸버그였다. 곧바로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정면 충돌하는 비관적 의견을 제시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발표된 8일(현지시간)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하던 서부텍사스유는 하락했다. 최근 오름세를 보이던 구리·철광석 가격도 내렸고, 글로벌 증시도 주저앉았다. 일단 투자자들은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일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데이터가 뒷받침...상승전환 기대" 
8일(현지시간)미국의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원유‧구리 등 글로벌 주요 19개 원자재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CRB지수가 171.70로 최근 저점 대비 10.76% 올랐다.최근 저점은 지난달 11일의 155.01이었다. 이는 2002년 3월 이후 14년래 최저치에 해당했다.

즉 지난 2월11일이후 지난 7일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국제 유가는 지난해말만해도 올 초 예측치로 배럴당 25달러까지 제시되기도 했으나 최근들어 상승세를 타며 40달러를 넘어섰거나(브렌트유) 육박하고 있다. 세계 경기를 가늠하는 구리 가격이 2009년 이후 최저치에서 20% 가까이 반등하기도 했다. 철강 가격은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공급구조조정에 대한 기대로 최근 저점 대비 70%나 반등했다.
 

골드만삭스, "원자재가격 비관적... 최근상승=일시적 현상"
이와 같은 근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같은날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원자재가격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다. 이 날짜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현재 원자재 시장과 관련해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 측면에서 바뀐게 없다"며 "공급이 수요보다 적어지기 위해서는 가격이 지금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골드만삭스는 "현재 중국 제조업 경기가 계속되서 악화되고 있다"면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지속 가능한 수요 개선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중국의 일대일로(신실크로드건설)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철강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일대일로 정책 등이 당장 수요를 창출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골드만삭스는 “최근 국제유가‧구리‧철광석 등의 급반등도 단기적인 현상일 뿐 결국 다시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구리‧철광석 반등세 뚜렷... 왜?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톤당 5000달러를 기록해 1월 저점(4331달러)보다 15%가량 올랐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가격도 파운드당 2.284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1월 15일 기록한 저점인 1.95달러에서 16.9% 오른 것이다.

중국의 구리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 8일 중국의 2월 구리 수입량이 42만t으로 전월보다 4.5%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같은 달의 28만t에 비해서는 50%가량 증가한 것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스틸인덱스가 제공하는 철광석가격은 지난 7일 62.60달러로 9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1일 기록한 저점인 37달러에 비해선 7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도 여전히 강한 모습이다. 8일 해관총서가 발표된 중국의 2월 철광석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7361만톤을 나타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인 중국의 1~2월 철광석 수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1억5580만 톤을 기록했다.

반짝 상승에 무게  
골드만삭스는 중국과 신흥시장에서의 부채 축소 움직임과 달러 강세 현상으로 구리 가격이 1년 뒤에는 톤당 4000 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들은 최근 나타난 철광석 가격 폭등세는 수요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종의 낙폭과대에 따른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철광석의 수요와 공급의 기초여건이 여전히 어둡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원유 재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다시 2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외신들은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을 바닥으로 간주하려면 공급 축소를 위한 구조조정이나 생산자들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세계의 건설현장이라 할 수 있는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가 하락으로 인프라 건설을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공급 축소없이 가격 상승을 논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올 들어 원자재가격 상승은 그야말로 뚜렷한 재료없이 수요증가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교역량이 지난달 25.4%나 전년대비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세계 경기 호전의 청신호라는 등의 예측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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