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1.14 12:16

고려대의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영 교수

김승영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질환 중에는 비슷한 증상으로 초기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역류성 식도염’과 ‘식도이완불능증’이 그렇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즉 신물이 올라오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좀더 심하면 가슴이 타는 것 같은 흉통이 나타나고, 메스꺼움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기도 한다. 매년 350만명이 이 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있으니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증상을 유의깊게 살펴보면 식도이완불능증과 구별이 어렵지 않다. 

먼저 이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음식물 삼킴 과정을 알아보자. 우리가 씹은 음식은 가장 먼저 식도를 지난다. 식도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하부식도괄약근이라는 식도 근육이 있어 음식물을 마치 소젖 짜듯 아래로 내려보낸다. 이 근육의 또 다른 기능은 음식물과 위산이 위로부터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식도이완불능증은 바로 하부식도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져 나타나는 질환이다. 근육이 충분히 이완되지 못해 식도가 좁아져 있으니 음식물이 위장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결국 정체된 음식으로 인해 식도의 압력이 높아지고, 음식물을 삼키는 것이 곤란해진다.

질환 초기에는 소화기능이 떨어지거나 메스커움, 흉통 등 역류성식도염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계속된다. 하지만 가장 구별되는 증상은 '삼킴 곤란'이다. 물조차도 잘 넘어가지 않아 기관지로 흘러들어가면서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심지어 이런 증상이 오래 계속되면 식도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에 따르면 3%의 환자에서 식도암이 발생한다고 하니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진단을 위해선 식도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한다. 우선 영상으로 진단하는 식도조영술이 있다. 이때 위장의 다른 질병을 확인하기 위해 위내시경 검사를 함께 한다. 다음으로 내시경을 넣어 식도내 압력을 검사하고, 식도 체부와 하부식도괄약근의 이완·수축기능을 파악한다.

식도이완불능증 치료는 좀더 까다롭다. 역류성 식도염처럼 약으로 치료가 어려워 물리적인 시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풍선확장술이나 보툴리눔 톡신 주사가 대표적이다. 풍선확장술은 풍선으로 식도의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고, 보툴리눔 톡신 주사는 근육을 마비시켜 경직성을 풀어주는 효과를 기대한다. 이도 안되면 수술로 괄약근을 넓혀주기도 한다. 모두 강제로 식도를 이완시키는 방식이다.

이처럼 식도이완불능증은 근본적인 원인 제거나 완치가 되는 병은 아니다. 하지만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증상을 줄여주면 대부분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진다.

식도이완불능증은 역류성 식도염처럼 약이나 생활습관을 바꾼다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들은 조기 발견·치료해 증상을 줄여주는 것이 2차질환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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