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1.14 17:27

전국표준인구집단보다 2~25배 높아…금강농산으로부터 마을로 오염물질 비산
"정부가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 첫 확인"

전북 익산 장점마을 조사지역. (사진제공=환경부)
전북 익산 장점마을 조사지역. (사진제공=환경부)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전라북도 익산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암 집단 발병 사태의 주요 원인은 인근 비료공장에서 담뱃잎을 불법 건조할 때 나온 유해물질이라는 분석 결과를 정부가 내놓았다.

환경부는 14일 전라북도 익산시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익산시 함라면 소재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최종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발표회는 올해 6월 20일 개최했던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 조사결과 주민설명회 이후 환경보건, 역학 등 관련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행사에는 장점마을 민·관 협의회 위원, 마을주민, 익산시청 및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조사는 장점마을 주민들이 2017년 4월 17일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과 관련하여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고, 같은해 7월 14일 환경보건위원회에서 청원을 수용해 추진됐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에서 2017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 8월부터 주민대표, 주민 및 환경부 추천 전문가 등 10명으로 민·관 합동조사협의회를 구성·운영했다.

환경부는 주민건강영향보고서의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올해 7월 한국역학회의 자문도 거쳤다. 

연구진에서 유해물질 배출원 조사결과, 금강농산에서 비료관리법에 의해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 생산 공정인 건조공정에 사용했음을 확인했다.

금강농산에 대한 익산시의 행정처분 내역들을 확인한 결과 금강농산의 대기배출시설, 폐기물처리, 악취 관련 다양한 위반사례도 드러났다.

가동 중단된 비료공장의 가동 당시 배출을 확인하기 위한 정제유 사용업체 및 유사공정 비료제조업체 조사와 연초박 건조공정(300℃)을 모사한 모의시험 결과, 연초박의 건조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배출되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업장 및 마을 환경조사결과, 공장 가동이 중단된지 약 1년이 넘은 시점에 채취한 사업장 바닥, 벽면, 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의 침적먼지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검출됐다.

장점마을 내 침적먼지의 분석결과 총 15지점 중 5지점에서 담배특이니트로사민 검출됐으나 대조지역 5지점은 모두 불검출된 사실을 통해 금강농산으로부터 장점마을로 오염물질이 비산됐음을 추정했다.

마을 일대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공장 가동시기에 생육된 소나무 잎(2년생)이 공장 가동중단 이후 생육된 잎(1년생)보다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

연구진은 공장이 가동 중지된 상황에서 가동 당시 상황을 추정하고자 악취와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및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대기확산모의계산을 수행했다. 그 결과, 비료공장에서 유해물질 배출시 장점마을이 영향권 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 건강조사결과 2001년 비료공장 설립 이후, 201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주민 99명 중 22명(23건, 국립암센터 등록기준)에게 암이 발생했다. 이 중 14명은 사망했다.

금강농산에서 배출된 것으로 확인된 담배특이니트로사민 중 엔엔엔(NNN) 및 엔엔케이(NNK)와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벤조에이피렌은 국제암연구소 1군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고, 사람에게 폐암, 피부암, 비강암, 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장점마을의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갑상선을 제외한 모든 암, 간암, 기타 피부암, 담낭 및 담도암, 위암, 유방암, 폐암에서 전국 표준인구집단에 비해 약 2~25배 범위를 보였다.

주요 암종의 표준화 암발생비는 모든 암에서 남녀 전체 2.05배, 기타 피부암에서 여자 25.4배 및 남녀 전체 21.14배, 담낭 및 담도암에서 남자 16.01배 등이었고, 각각의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공장이 가동되던 시기에 주민들이 거주했던 기간이 길수록 갑상선암을 제외한 모든 암, 담당 및 기타 담도암, 기타 피부암의 발생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지역에 대한 환경오염노출평가와 주민건강영향평가 결과를 종합 분석해 비료공장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금강농산이 퇴비로 사용해야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건조 공정)로 사용했고, 건조 과정 중 배출되는 담배특이니트로사민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대기 중으로 비산되어 장점마을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이번 조사결과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번째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라며 "환경부에서는 익산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관찰 및 환경 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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