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훈의 촌철살인] 억울하게 숨진 장점마을 원혼들이 두렵지 않나
[원성훈의 촌철살인] 억울하게 숨진 장점마을 원혼들이 두렵지 않나
  • 원성훈 기자
  • 승인 2019.11.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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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총 주민이 80여 명에 불과한데 이중에서 33명이 암에 걸렸다. 암 환자 중 17명은 이미 사망했고, 16명이 현재 투병 중이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얘기가 아니다. 바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일명, 죽음의 마을 혹은, '암' 마을) 얘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이 같은 발병 수치는 그 누가 보더라도 이 마을에만 일어난 어떤 환경적 재앙 요소가 있지 않는 한, 여타의 다른 평범한 마을에서는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실제로, 지난 14일 전북 익산 국가 무형문화재 통합전수관에서 개최된 '익산 정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최종 발표회'에서 환경부는 "(유)금강농산이 퇴비(교반 공정)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건조 공정)에 사용했으며, 허술한 방지시설 관리로 건조 과정 중 휘발되는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 등 발암물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돼 장점마을에 영향을 줬으며, 이로 인해 (유)금강농산과 주민 암 발생간의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역학조사에서는 비료공장의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불법 사용과 허술한 방지시설 관리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고, 사업장과 마을 환경조사결과, 공장 가동이 중단된지 약 1년이 넘은 시점에 채취한 사업장 바닥·벽면·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의 침적먼지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TSNAs가 검출됐다.

금강농산에서 배출된 것으로 확인된 TSNAs 중 엔엔엔(NNN) 및 엔엔케이(NNK)와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벤조에이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 '1군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고, 사람에게 폐암, 피부암, 비강암, 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장점마을 내 침적먼지 분석 결과, 총 15개 지점 중 5개 지점에서 TSNAs가 검출됐으나 대조지역 5개 지점은 모두 불검출되었고, 장점마을은 금강농산으로부터 오염물질이 비산됐다고 추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 건강조사결과에서는 장점마을의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갑상선을 제외한 모든 암, 간암·기타 피부암·담낭 및 담도암·위암·유방암·폐암에서 전국 표준인구집단에 비해 약 2~25배 범위를 보였다.

특히, 남자의 담낭및 담도암은 전국 대비 16배로 나타났다.특히 금강농산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발암물질을 그대로 공기 중에 배출하다가 적발됐으며, 2015년에는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받고도 익산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익산시 소재의 마을에서 이처럼 중대 재해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물론이고, 그 상급 지자체인 전라북도가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못 충격적이다.

이에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재철)와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민간위원들은 지난 1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비료생산업을 허가한 기관으로서 적법하게 비료를 생산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며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주민들이 악취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해도 행정기관에서 돌아온 답변은 '문제가 없다'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환경부와 전라북도, 익산시에 마을 주민들에 대한 피해구제, 건강관리,오염원 제거 등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며 "비료제조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배상할 것을 촉구한다"고 일갈했다.

계속해서 이들은 KT&G에도 책임을 따져물었다. "장점마을 주민들의 환경 참사는 KT&G 사업장폐기물인 연초박이 원인"이라며 "KT&G는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식사과와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KT&G가 담배 제조 부산물인 연초박을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재활용업체인 금강농산에 매각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법하게 처리되고 있는지 현장을 확인하는 등 배출업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환경단체인 글로벌에코넷도 나섰다. 이 단체의 김선홍 회장은 이미 지난 1월 KT&G 측에 '전북 익산 장점마을 피해에 따른 KT&G의 연초박 처리과정 공개 요청'을 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공식답변에서 "귀 단체는 당사에 대해 연초박 처리에 관련된 공급계약서, 연초박 성분분석성적서, 폐기물 분석결과서, 지정폐기물 판명기준, 당사의 계약상대방 관리과정이나 실사조사보고서 등의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며 "당사는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라 연초박을 자격있는 처리업체에게 적법하게 처분했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그 외 공개를 요청한 개별 자료들 및 게약 상대방에 대한 관리과정 등은 모두 당사의 경영정보, 거래정보, 연구자료 등에 해당해 대외에 공개하지 아니함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 관련 시민단체의 한 핵심관계자는 15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영업비밀이라는 게 도대체 말이라고 하는거냐.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식자재 정도로도 보통 문제가 아닌데, 이건 아예 주민들의 상당수가 암으로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영업비밀이라는 소리가 나오느냐"며 "익산시와 전라북도는 물론이고 KT&G도 더 이상 견강부회(牽强附會)하지 말고 장점마을 주민들의 피해배상에 제대로 나서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뒤늦게나마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연초박과 발암과의 연관성을 시인한 상태에서 익산시와 전라북도, KT&G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제라도 '익산시, 전라북도, KT&G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 말고 주민들과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책임질 일은 확실히 책임지고 재발방지 대책도 조속히 마련, 시행해야 한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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