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1.18 05:15

신예대율 적용시 가계대출은 15% 더 발생한 것으로 계산
은행권, 4분기 가계대출보다 중기대출 확대 힘쓸 전망
우량 법인 위주 실적 확대로 개인고객 페널티 없을 듯
엄격한 대출 심사, 갱신 거절보다는 개인대출금리 인상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스웍스DB)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은행권에 신(新)예대율 규제를 적용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려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신예대율이 적용되면 가계대출은 실제보다 15%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돼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금융당국 권고치인 100%를 초과할 수 있다. 은행들이 당국의 권고를 준수하기 위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면서 가계대출이 까다로워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근거이다.

그렇지만 중기대출은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여서 실제로 이 같은 걱정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은행들도 리스크가 적은 가계대출 확대를 원하고 있어 신예대율에 대한 대비는 금리 조정 수준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국내은행들의 가계대출 확대에 대한 적극성은 지난 3분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3분기 동향 및 4분기 전망)'를 보면 올 4분기 은행들의 가계일반대출 태도지수는 –3으로 전망됐다. 지난 3분기(7)보다 10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태도지수는 금융기관 여신 총괄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설문 및 인터뷰를 통해 업권이 차주별 대출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나타내낸 수치다. 해당 지수는 최대 100, 최소 –100 사이에 분포하며 양수(+)는 완화(대출증가)를, 음수(-)는 강화(대출감소)를 의미한다.

즉, 은행권 여신 관계자들은 4분기에 가계일반대출이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중기대출은 4분기에도 증가세를 띌 전망이다. 은행들의 중기대출 태도지수는 지난 2분기 23, 3분기 27을 나타냈으며 4분기에는 7로 증가세가 꺽일 것으로 보이나, 보통 은행권 4분기 실적이 나머지 분기보다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확장세로 볼 수 있다.

은행 여신 관계자들이 이처럼 중기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오는 2020년부터 신예대율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신예대율은 가계대출 가중치가 기존보다 15% 높아지는 반면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낮아진다. 예컨대 가계대출잔액이 100조라면 115조를 대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 주요 은행 예대율이 98% 수준이고 대출잔액 중 절반이 가계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예대율은 100%를 훌쩍 넘기게 된다. 

예대율은 10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예수금을 더 늘리거나 가계대출을 줄이든지, 미대출예수금을 기업대출 중심으로 내보내야 한다. 예대율을 수익성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100% 이하로 맞춰야하기 때문에 4분기 가계대출의 신규취급이나 갱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업점 분위기는 크게 달라 보인다. 고양 덕양구 A은행 여신업무 관계자는 “신예대율 적용에 대비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려고 하지만 여전히 그 대상은 우량기업”이라며 “여전히 위험성은 가계보다 중기 쪽이 높아 가계대출 승인이 어려워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대출금리 추이를 보면 은행들이 가계대출금리를 높여 차주별 예대율을 조절하는 분위기다. 

7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우량법인대출인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은 9월 3.45%에서 10월 3.38%로 떨어졌으나 일반신용대출금리는 오히려 같은 기간 3.36%에서 3.51%로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예대율에 적응하는 방법, 차주별 예대율을 조절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면서 "그 중 하나가 개인고객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간접적인 대출 비중 조절"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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