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1.19 12:15

서울성모병원 장정원 교수팀, 두 약제 복용환자 암발생 및 사망률 등 장기추적

장정원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와 바라쿠르드가 등장하기 전만해도 환자들은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지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불안을 안고 살았다. 말하자면 두 약이 B형간염환자들을 사지에서 구한 기적같은 치료제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를 개발·발매한 제약회사들로선 편안하지만은 못한 시장이었다. 간염 재발이나 간암 발생과 같은 민감한 문제로 늘 서로를 견제하며 시장을 넓히기 위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항바이러스제의 승패를 가르는 '사각링'에서 무승부로 양쪽 손을 들어준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부천성모 이승원, 인천성모 권정현)교수팀은 B형간염 환자의 1차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테노포비르(TDF, 비리어드)와 엔테카비르(ETV, 바라쿠르드)로 치료받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간세포암 발생, 간이식, 사망률을 장기추적한 결과, 두 약제 간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각각의 병원에 내원해 TDF 혹은 ETV로 치료받은 7015명의 만성B형간염환자 중 분석대상으로 적합한 3022명의 치료 후 5년간의 효과를 다각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간세포암 발병은 4.4%에서 나타났으며, 간이식과 사망은 1.9%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TDF 복용군과 ETV 복용군 간의 통계적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또 전체 환자그룹, 만성간염그룹, 간경변증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서도 두 약제 간의 차이는 없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간세포암과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 억제와 간수치 정상화에 두 약제 간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으로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복수나 정맥류 출혈, 간기능 부전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0.3%로 매우 낮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는 어떤 약이라도 꾸준히 복용하면 B형간염에 의해 사망할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뜻한다.

B형간염치료의 목표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줄면서 간세포의 염증이 완화되고, 그 결과 간의 섬유화 진행이 멎는다.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이 곧 간세포암 발생과 간이식, 그리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장정원 교수는 “B형간염환자에겐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 보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며 “조기발견과 치료, 그리고 정기적인 간암 검진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영국위장병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Gut’ 10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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