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1.20 16:45

"1991년이후 미국에 150조원 이상지원…'글로벌 호구' 되지 않아야"
'방위비 분담 6조원 요구? 특별협정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토론회 열려
"주한미군 철수, 굳이 막을 이유가 없어... 한국의 대북방어력 충분"

20일 국회에서 열린 '방위비 분담 6조원 요구 - 특별협정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유영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이 좌중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20일 국회에서 열린 '방위비 분담 6조원 요구?  특별협정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유영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오른쪽 두 번째)이 좌중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천정배(무소속)·송영길(더불어민주당)·김종대(정의당)·김종훈(민중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20일 국회에서 열린 '방위비 분담 6조원 요구? 특별협정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유영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요구에 굴종해 '글로벌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거부하고 협상 중단, 협정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며 "이 길만이 우리의 국익과 평화, 주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앞서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가 한미 양 측의 현격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약 1시간 만에 결렬됐다. 

유 연구위원은 이날 미국 측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측면에서 지적했다.

우선, 그는 "6조 원이면 2020년 국방예산(정부안) 약 50조 원의 무려 12%에 해당한다"며 "이는 우리 국방예산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서 국방비 폭증을 압박하고 국방비 지출의 심각한 왜곡을 야기해 자주적 국방력 건설을 치명적으로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미국 측이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을 크게 부풀리는 통계를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 국방부가 매년 발간하는 예산 자료(OPERATION AND MAINTENANCE OVERVIEW)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의회에 요구한 2019회계연도 주한미군 총예산 요구액이 2018년 발간자료에는 약 35억 달러, 2019년 발간자료에는 약 44억 달러로 각각 제시돼 있다"며 "이 중 운영유지비는 주한미군 규모나 훈련 등에 특별한 변동이 없는데도 약 11억 달러에서 22억 달러로 폭증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주한미군보다 규모가 2배가 넘는 주일미군 운영유지비 17.58억 달러(FY2019 기준)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라며 "이에 따라 예년과 달리 주한미군 1인당 운영유지비(22억 달러÷2만 9,193명=7만 5,360달러)도 주일미군 1인당 운영유지비(17.58억 달러÷6만 2,578명=2만 8,093달러)에 비해 2.7배로 많아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연도별 통계마다 '의회의 승인을 받은 세출(Actual Appropriations)', '의회에 제출된 세출(Estimated Appropriations)' 등으로 통계의 성격이 표시됐던 예년 자료와 달리 2019년 자료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어 데이터의 신빙성 자체가 의심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는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을 크게 부풀리는 통계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유 연구위원은 미군 측의 '미집행 잔액'도 지적했다. 그는 "2018년 말 현재 각종 명목의 군사건설비 미집행 잔액은 1조 8,469억 원이고, 군수지원비 미집행 잔액은 1804억 원"이라며 "미집행금 1804억 원은 2020년도 군수분야 정부 예산안 1674억 원을 넘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또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미집행 잔액을 합치면 2조 273억 원으로 2019년 기준으로 2개년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규모"라며 "이는 방위비 분담금이 해당연도에 도저히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정해지고 있고 그 집행도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규정한 국가재정법(3조)을 위반하는 등 우리의 재정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미국이 미집행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자놀이를 해 불법 착복한 이자소득도 2013년까지만 해도 최소 3000억 원이 넘는다"며 "그 뒤의 이자소득까지 합치면 4000억 원 안팎이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군사분야에서 한국의 미국에 대한 지원은 방위비 분담금을 수백 배나 상회한다"며 "1991~2019년간 무기도입비는 약 75조 원에 이르고 향후 도입비 10조 원을 합치면 무려 85조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주한미군에 대한 직·간접 지원비(주한미군기지 이전비 포함)는 줄잡아 83조 원이다. 168조 원이라는 실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미국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전 세계에서 방위비분담협정을 맺어서 미군을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에 비하여(GDP 대비) 전체 비용(지속적 비용+한시적 비용)에서 2.5배를 부담하는 등 어떤 항목으로 비교하더라도 더 과중한 부담을 하고 있다"며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과중한 부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그는 "주한미군은 이미 한국 방어를 위해 한국에 주둔한다기보다는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수행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며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에는 본질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등의 '세계패권전략' 수행 비용을 한국에 전가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공동방어를 위한 자원의 공동이용과 책임분담을 통해 미국의 안보부담을 경감'(미국 국방전략, 2018년 1월) 시키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이 내민 6조 원 카드를 들고 협상을 벌이는 것은 필패의 길"이라며 "미국이 짜놓은 판을 거부하지 않고서는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요구에 굴종해 '글로벌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거부하고 협상 중단, 협정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물론, 그는 우리나라가 협상 중단이나 거부 카드를 내밀었을 때 예상되는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주한미군 순환배치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위협을 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순환배치 및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하거나 주한미군 일부를 감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은 이를 통해 국민의 안보불안을 부추겨 한국 정부를 굴복시키려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우리 군대가 그곳에 가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한 '선물'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도 인정한 바와 같이 주한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게 미국에 주둔시키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면서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에게 군사적 이익이자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남한은 미국의 도움 없이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지 이미 오래"라며 "따라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자신의 요구대로 올려주지 않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면 우리가 나서서 굳이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한미군 주둔이 마치 시혜라도 되는 듯이 미국이 주둔비를 넘어 인건비, 작전비 등 모든 비용을 건별로 계산해서 받아내려는 상황에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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