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1.21 09:44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미 하원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CNN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미 하원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인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를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층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20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선들랜드 대사는 이날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연 탄핵조사 공개청문회 증언과 미리 배포한 모두발언 자료에서 "정보위원들이 이 복잡한 사안을 간단한 질문의 형태로 압축해왔다는 걸 안다. 백악관과의 통화 및 면담과 관련해 '퀴드 프로 쿼'가 있었는지 말이다. 내 답변은 '예스'다"라고 밝혔다.

선들랜드 대사는 "나와 릭 페리 에너지 장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는 미국 대통령의 분명한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와 일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했기 때문에 민주당원(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우크라이나에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들랜드 대사는 "나는 우크라이나가 일종의 행동을 취할 때까지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군사지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내 여러 핵심 인사들이 다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일원(in the loop)이었다"면서 "그것은 비밀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멀베이니 대행의 고위보좌관인 롭 블레어, 국무부 고문인 울리히 브레히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 티모시 모리슨 전 NSC 국장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 거액을 기부한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우크라이나 측에 4억달러 규모 군사 원조·백악관 정상회담을 고리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 압력을 넣은 실무 책임자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믿었던 '큰손'에게서 배신을 당한 셈이다.

선들랜드 대사의 증언은 이번 탄핵 조사 청문회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으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은 고무된 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액을 기부한 '큰손'의 입에서 미 민주당이 그토록 듣고 싶어하던 진술이 나온 것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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