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0.12 11:53

23년 전 중학교 국어 교과서 국정화 합헌결정 다시 주목받아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논란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적인 행위”라고 하는 등 위헌 논란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1992년 헌법재판소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발행하는 것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의 대표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가 국정 1종으로 발행되는 것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당시 청구인은 국정 교과서가 “교사들에 의한 자주적, 전문적인 교과용 도서의 저작의 자유를 봉쇄”하고 있다며, 본인의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고 교사들의 학문의 자유를 훼손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수학권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학년과 학과에 따라 어떤 교과용 도서에 대하여 이를 자유발행제로 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한 경우”를 인정하면서, “국가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관여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인정의 범위 내에서 국가가 이를 검·인정제로 할 것인가 또는 국정제로 할 것인가에 대하여 재량권을 갖는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교사의 학문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대학생과 초·중·고교생의 차이를 언급하며 교사가 교수와 동일한 수준의 학문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없음을 명시하였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칠 권리는 학부모로부터 신탁 받은 것이며, 왜곡되지 않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교사의 수업권 역시 일정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초·중·고교의 학생은 대학생이나 사회의 일반성인과는 달리 다양한 가치와 지식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이 부족” 하다며, “보통교육의 단계에서 학교교재 내지 교과용 도서에 대하여 국가가 어떠한 형태로 간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득이” 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도 당시 헌법재판소는 상세하게 다뤘다. 당시 헌재는 교육이 정치적, 종교적 중립성을 반드시 엄수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부당한 권력이 개입되거나 특수한 이해관계에 교과서 집필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국정 교과서 제도가 검인정 제도에 비해 폐쇄적인만큼 여러 가지 문제점 지적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인정했으며, 국정화 적용 범위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한편 당시 헌법재판소가 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바람직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여 눈길을 끈다. 헌재는 “예컨대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고 한 바 있어, 오늘날 국정화 결정이 23년 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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