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1.21 14:12
우리은행 서울 강북 수유동금융센터 외관. (사진=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최근 우리은행 수유동금융센터에서 취재를 마치고 나와 건물을 보니 서양 근대건축물의 양식을 띄고 있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원기둥을 따온 듯한 도리아식의 기둥머리 장식, 좌우대칭을 이루며 안정감을 주는 창문 배치, 우리나라에서 흔한 화강암을 유럽에서 자주 쓰는 대리석처럼 보이게끔 만든 외벽.

건물 특징을 종합해보면 고대 그리스·로마 건축을 근대에 되살리거나 재해석한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에 가까웠다.

단지 수유동금융센터만 이랬다면 호기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내 기억 속에는 이미 우리은행 종로지점(서울시 지정문화재 19호)도 이 같은 생김새를 갖고 있었다. 우리은행 지점 몇몇은 일부러 그렇게 꾸몄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간단한 취재를 시작했다.

서울에 위치한 우리은행 영업점을 지도 앱으로 검색해 외관을 찾아봤다. 그 결과 효자동지점, 화양동지점, 삼청동출장소 등과 같이 우리은행이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구도심에 있는 영업점 몇 곳이 근대 서양건축물 양식으로 지어졌다.

현대적 디자인으로 설계한 금융사 건물이 여기저기 넘쳐나는 요즘, 우리은행은 어째서 옛 근대건축물 외관을 신식으로 바꾸지 않고 유지하고 있었을까? 아마 오랜 역사를 가진 은행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은행은 1899년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명으로 만들어진 대한천일은행의 후신으로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일제강점기, 외환위기 등 격동의 한국사를 거치며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우리은행은 대한천일은행을 계승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에 직접 물어보니 단순히 오랜 역사의 은행이라는 점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세기 초에 개점돼 100년 내외 역사를 가진 영업점이 꽤 있다”면서 “사실 구도심에 거주하는 장년층 고객, 어르신들께는 우리 지점들이 추억될 수 있고 지역의 역사성까지 되살려줄 수 있다”며 오래된 지점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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