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1.22 04:50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최근 후배 기자가 월셋집에서 전셋집으로 옮기려고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기에 흔쾌히 동행했다.

중기청년 전대를 이용하면 매월 주거비를 44만원(월세)에서 8~12만원(이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데 은행기자로서 어찌 가만히 보고 있으랴.

거주지나 회사 인근, 강남 등 부촌에서 대출을 받으면 한도가 보다 높게 나온다는 속설에 따라 해당 지역의 10여개 영업점을 함께 돌며 대출한도를 조회해봤다. 

중기청년 전대를 취급하는 5개 은행(신한·KB국민·우리·NH농협·IBK기업) 지점을 방문, 소정의 자료를 보여주고 정보이용에 동의하고 대출한도를 알아볼 수 있었다. 발품을 팔아보니 보증기관이 동일한 상품임에도 영업점마다 최대한도는 6000만원부터 8000만원까지 다양했다.

정작 문제는 신한은행 충무로역 지점에서 일어났다. 충무로역 지점 직원은 정보이용 동의서뿐만 아니라 신용보증 신청서까지 내밀었다. 중기청년 전대는 주택도시보증공사나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상품으로 이 신청서를 작성, 제출하면 보증기관에 보증을 요청하는 일이 된다.

단순히 한도조회만 요구했던 우리는 매우 당황스러워 "단순 한도조회에도 신용보증 신청절차가 필요하냐"고 2번이나 물었다. 응대 직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후배가 신청서를 써내고 한도조회 결과를 듣긴 했지만 신한은행의 다른 지점에서는 이 같은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찜찜했다.

바로 이어 방문한 우리은행 매경미디어금융센터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은행 직원은 "좀 전에 신한은행에서 주금공에 보증 신청을 넣어놔서 한도조회가 어렵다"며 "보증신청을 취소해야 조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출한도 조회는 보증기관에 보증을 신청한 후에야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은행 직원은 "신한은행 절차가 당행과 다를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일반적으로 보증서 신청은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후 진행하는 절차"라고 답했다.

절차상 문제가 있었으나 신한은행 직원은 사과는커녕 실수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방문 후 신한은행 직원과 나눈 통화에서 그는 "한도조회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고 "다른 은행에서 한도를 조회하고 싶다면 보증신청을 취소해주겠다"고 말했다. 단순 조회를 위한 보증서 신청이었으므로 우리에게 한도 결과를 알려준 후 신청을 취소하는 게 맞다.

신한은행 본사 관계자는 "보다 정확한 대출한도 계산은 보증서 신청 후에 가능한 것이 맞다"며 "초저금리 보증기금 상품을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하려다가 의욕에 앞서 벌어진 일"이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보증기금 상품을 한 건이라도 더 판매하고 싶은 마음에 다소 '무리'한 것이지만 결국, 절차상 오류는 리딩뱅크인 신한은행도 피해갈 수 없었다. 물론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이외 은행 영업점에서도 숱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기자는 그동안 조(兆)나 억(億), 퍼센트(%)로 가득한 통계, 거시적인 금융업계 흐름에만 관심을 가졌으나 이번에 후배 기자를 따라 영업점에 다니면서 미스터리쇼핑과 같은 현장 취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영업점 취재를 자주하거나 고객을 통한 귀동냥을 얻었다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같은 문제도 보다 빨리 경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반성하며 이제라도 감시역할을 제대로 할 것을 다짐한다.

(사진=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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