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19.11.21 17:37

조선중앙통신 통해 문 대통령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거절'
"남조선당국, 모든 문제를 민족 공조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북한은 21일 국영 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불참 사실을 통보했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정부 기대가 끝내 무산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친서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면서도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남조선당국도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 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무슨 일에서나 다 제시간과 장소가 있으며 들데, 날 데가 따로 있는 법"이라며 "모처럼 찾아왔던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흔적도 없이 날려 보내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남조선당국이 종이 한 장의 초청으로 조성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통신은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수뇌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남조선의 보수세력들은 현 '정권'을 '친북정권'이니, '좌파정권'이니 하고 입을 모아 헐뜯어대고 그 연장선 위에서 '북남합의파기'를 떠들며 우리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대해서 김 위원장을 국제무대에 데뷔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김 위원장 참석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1일 단식 이틀 차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도 오는 25일 한·아세안 환영 만찬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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