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1.22 11:22
베냐민 네타나휴 이스라엘 총리. (사진=네타나휴 트위터 캡처)
베냐민 네타나휴 이스라엘 총리. (사진=네타나휴 트위터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이스라엘 최장 총리로 재임 기간만 13년이 넘는 강경 우파 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부패 혐의로 기소되면서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스라엘 역사상 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검찰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비리 혐의 3건으로 기소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장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 역사상 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기소되기는 사상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화 '프리티 우먼'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대가로 네타냐후 총리는 밀천이 10년 유효 미국 비자를 받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또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가장 중대한 혐의는 이스라엘 최대 통신회사인 베제크와 관련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규제를 풀어 5억2000만달러(약 6124억원)규모의 이권을 안겨주는 대가로 베제크가 운영하는 뉴스 웹사이트에서 2015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에 우호적인 기사 수백 건을 싣도록 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이런 혐의를 우파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부인해왔다. 이날도 그는 17분간에 걸친 맹렬한 반박 연설에서 검찰의 기소를 정치적 음모에서 비롯된 ’사실상 쿠데타’로 비난하면서 "수사관들이 오히려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큰소리 쳤다.

이스라엘법에 따르면 현직 총리가 기소돼도 총리직에서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정치적 고비마다 특이한 생존능력으로 '마술사'란 별칭을 얻은 네타냐후 총리는 기소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총리직을 유지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존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그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해 기소를 나중으로 미루는 데 달려있을 수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네타냐후 총리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총리직 5선을 노리는 그는 올해 4월과 9월 조기총선 이후 잇달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이번 기소로 네타냐후는 사임해야 한다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요구를 점점 더 많이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네타냐후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했다. 팔레스타인과의 오슬로 평화협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권력을 잡은 그는 자유시장 개혁을 도모하는 한편 유대교 소수 초정통파, 극우 성향의 유대인 정착민, 반(反)아랍 강경파 등을 한 데 묶으며 우파 정권을 이끌어 왔다.

그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겠다고 발언해 아랍권의 반발을 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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