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11.24 05:30

2024년 1만개, 2031년 10만개 배출…가정·산업용 ESS 활용으로 '두마리 토끼' 잡기
수거이후 재활용 지침·기술 미비…정부 정책적 지원 빨리 이뤄져야

BMW는 제주도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e-고팡' 프로젝트로 제작된 ESS에 저장해 지난 12일 진도에서 진행된 BMW 미디어 데이 행사장으로 가져와 실제로 전기차에 충전하는 모습을 시현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BMW 그룹 코리아는 지난 8월 제주도에 국내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친환경 충전소 ‘e-고팡’을 오픈했다. ‘e-고팡’에는 2014년 국내 출시된 BMW i3 차량 중고 배터리를 사용,제작힌 ESS가 설치됐다. 11월 12일 진도에서 진행된 BMW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ESS 전원을 사용해 충전하는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장치)가 신재생 에너지의 확산과 더불어 기존 전력 인프라의 대체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 주도로 확대해오던 ESS 사업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화재로 안전성이 흔들리면서 잠시 주춤거리고 있지만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폐차에서 수거한 배터리를 이용한 ESS 사업은 경제성을 갖춘 친환경사업 모델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배출량이 늘어날 폐배터리는 다양한 활용성과 경제성이 있는데다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업인 마켓엔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은 2017년 약 127억4000만 달러(한화 약 14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7년 이후 연평균 8.38% 성장, 2022년에는 약 190억4000만 달러(한화 약 2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까지의 전기차의 보급이 2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출처=IEA Global Outlook 2017)
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까지의 전기차의 보급이 2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출처=IEA Global Outlook 2017)

◆국내 ESS 보급…정부 정책과 함께 5배 급증

ESS는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여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 솔루션으로 차세대 전력망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요소 중 하나다.

정부가 원전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면서 2016년 274개였던 ESS가 지난해 1490개로 5배가량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부터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을 통해 기존 화석 및 원자력에 의존한 전력생산 방향을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전력발전으로 바꾸고 있다. 이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생산된 전기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저장 장치인 ESS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목표로 약 6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2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자 비율 10% 이상 확대'를 강조하면서 ESS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SS 산업은 전력 인프라에 종속되어 있으며 공공성을 중시하는 산업이다. 또한 지식기반, 장치 산업으로 친환경녹색성장 산업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SNE리서치는 “2018년 기준 한국의 설치용량이 5.6GWh 규모로 전 세계 시장에서 47%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전력용·상업용 ESS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SNE리서치에 의하면 글로벌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30%)과 삼성SDI(29%)가 ESS용 배터리 공급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이들 업체들은 산업용에서 가정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ES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국내 ESS 사업체로는 SAT, 코캄, SK이노베이션, 효성중공업, 두산중공업, 현대일렉트릭, SK D&D, 현대에너지솔루션, 한화에너지, LS산전, 피앤이솔루션 등이 있다. 이들은 리튬이온전지 기술, 첨단 소제, 에너지 운영, 제어 솔루션 등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ESS 업체들은 정부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맞춰 태양광발전 연계형과 산업부문 피크저감 용도에서 빠른 성장을 보일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소형 IT기기와 전기자동차의 이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소형 ESS 수요 증가에도 초점을 맞춰 움직이고 있다.

◆7~8년 사용 폐배터리, 잔존 수명 70% 이상…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

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폐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과제는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에너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직 초기단계에 있지만 사용한 배터리의 90%를 회수할 경우 전체 신규 배터리 수요의 30%를 충당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활성화를 위해 기술 및 정책적 지원이 좀 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관련 업계에서는 요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자원순환협회 자료에 의하면 전기차 폐배터리가 2024년 1만개에서 오는 2031년에는 10만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환경보전법 58조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의 소유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구매보조금을 지원받아 구매한 전기차의 배터리는 폐차시 정부·지자체에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반납된 이후 처리 방안은 마땅치 않다.

지금까지 전기차를 폐차하면 나오는 배터리를 그저 새로운 유형의 폐기물로 관리해 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배출, 반납, 수거된 중고배터리는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력을 필요로 하는 가정용·산업용 ESS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퍠차 및 재제조업을 전문으로 하는 인선모터스의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장소(사진=손진석)
자동차 폐차 및 재제조업을 전문으로 하는 인선모터스의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장소. (사진=손진석)

전기차의 동력원인 배터리의 성능이 저하되면 주행거리가 급격하게 짧아진다. 급가속, 언덕 주행 등에서 파워가 떨어지거나 반응속도가 늦어 일상 주행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7~8년 쓰거나 혹은 10만㎞이상 주행하면 차량 상황에 따라 교체한다. 이때 배터리의 잔존 수명은 70% 이상 남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SM3 Z.E.의 경우 10만㎞ 주행 후 잔존 수명을 조사한 결과 85% 이상 남아 있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폐배터리의 용도를 변경해 재활용하면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5~10년 이상 사용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충분한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는 2020년까지 누적 20만대를 달성하겠는 목표로 전기차 보급에 힘쓰고 있다. 문제는 2006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친환경차 기본계획’에 따라 보급된 전기차의 배터리가 이미 교체 주기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사고 등 다양한 이유로 폐차되는 전기차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작 전기차의 수명을 다하고 버려지는 폐배터리의 회수에 대한 의무와 규정은 있지만 그 이후 재활용에 대한 지침과 기술은 아직까지 미비한 상태다.

전기차 폐배터리에 대한 이슈는 결국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로 요약된다. 재사용과 재활용에 따른 가치를 따져야한다.

재사용은 외형에 변화를 주지 않고 수거한 배터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ESS가 대표적이다.

재활용은 수거한 배터리를 분해 및 물질변화 등을 통해 자원을 회수하는 것이다. '도시광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통상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할 경우 리튬과 코발트 등을 얻을 수 있다.

결국 폐배터리를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것은 부족한 자원을 회수하고 활용해 경제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가정·산업용 ESS로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면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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