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11.25 05:10

가격경쟁력 높여 배터리 값 낮출 수 있어…ESS 화재문제도 해결할 묘책

SM3 Z.E. 폐차에서 배터리를 분리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SM3 Z.E. 폐차에서 배터리를 분리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이제 '친환경'은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핵심가치이다. 환경이슈에 부응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폐배터리 산업에 정부와 자동차회사, 재활용 업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신제품 개발 움직임도 부산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보다 31% 급성장해 연말까지 610만대의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경부터 폐차되는 전기차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와 안전성을 보장하는 방법 등의 기준이 전무하다”며 “폐차된 후 수거된 배터리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거된 배터리의 재사용이 어렵다면 코발트, 니켈 등 원재료 금속의 회수 등 재활용도 가능해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리튬이온배터리…재사용 후 재활용이 해법

전기차의 배터리로 사용되는 것은 리튬이온, 니켈카드뮴, 납축전지, 니켈수소전지 등 6가지나 된다. 그 중에 리튬이온전지가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주로 한국, 일본, 중국에서 양산하고 있다. 아시아 3국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중국이 61.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고 일본 24.4%, 한국 14.2%인 상황이다.

전기자동차 폐차 입고에서 폐배터리 수거 후 활용되는 절차(자료 출처=제주테크로파크)
전기자동차 폐차 입고에서 폐배터리 수거 후 활용되는 흐름도. (자료 출처=제주테크로파크)

리튬을 기반으로 하는 배터리에는 리튬이온 전지,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 리튬 폴리머 전지, 리튬금속 전지 등이 있다. 이 중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에 리튬이 포함된 전이금속산화물, 음극에는 흑연이 사용되어 에너지 저장밀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경량화와 소형화가 가능하고 낮은 중량, 우수한 안전성, 낮은 방전률, 장수명과 같은 장점을 지니고 있어 최근 전기차 배터리로서 활용이 활발하다. 이러한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향후 5년간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폐배터리는 잘 관리하지 못하면 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따른다. 또 배터리에 사용되는 코발트, 니켈, 리튬 등 중금속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도 있다”며 “재사용을 통해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이후 재활용으로 원재료를 생산하는 '순환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으로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보급 확대를 위해 배터리팩 가격을 낮추는 것이 업계의 숙제가 되고 있다. 재활용 업계에서는 “원료를 제품화하고 이를 다시 원료로 추출하는 재순환 체계가 완성되면 가격경쟁력을 높여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귀뜸한다. 

◆다양한 ESS 실증사업 진행…BMW ‘e-고팡’ 성공사례

재활용 업계는 향후 전기차 폐배터리가 가져올 환경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ESS로 해결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ESS에 발생한 화재를 해결할 묘책도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최우선으로 '안전성'을 고려해 셀 단계부터 다양한 안전 요소들을 포함시켜 설계, 제작한다. 과전류가 흐르면 전력을 차단하는 '퓨즈'와 배터리 내에 발생할 수 있는 가스를 배출해 배터리 폭발을 방지하는 '벤트' 등의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또한 팩 단계에서 외부 충격, 진동·고온, 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구조와 안전 시스템을 2중·3중으로 적용한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는 아직까지 명확히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비해 BMW·아우디·현대차 등 일부 완성차 업체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진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핀란드 에너지 기업 ‘바르질라’와 협업을 진행하고, 미국 ESS 전문업체 ‘그린스미스 에너지’를 인수하는 등 ESS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또한 올해 9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업으로 10㎿h 규모의 ESS 구축 사업을 전개 중이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달 LG화학과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차는 전기차 SM3 Z.E. 폐배터리 40대를 LG화학에 제공하고, 제공받은 폐배터리를 새로운 ESS 개발에 활용해 전기차 폐배터리에 최적화 된 ESS를 2021년까지 구축 및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이달 12일 진도에서 개최된 BMW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제갈명식 BMW 매니저가 e-고팡 프로젝트에 사용된 ESS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11월 12일 진도에서 개최된 BMW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제갈명식 BMW 매니저가 e-고팡 프로젝트에 사용된 ESS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2017년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 중고 배터리 700개를 재활용한 15㎿h 규모의 에너지 저장시설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BMW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전기차의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친환경 충전소 'e-고팡'을 제주도에 설립했다.

제주도의 풍력발전으로 생산되는 전기를 중고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이를 또 다른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ESS는 그 효율성과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활용 방법을 직접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BMW는 폐배터리를 이용한 ESS 사업을 블루오션 시장으로 보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EU(유럽연합)는 ‘특정 유해물질을 함유하는 배터리에 관한 지침’을 토대로 배터리 성능이 70% 미만으로 떨어져 자동차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폐배터리를 전기 자전거, 전동 휠체어 등과 전기차 충전소에 활용하기 위해 관리 지침을 세우고 폐배터리의 재활용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독일, 영국, 중국 등은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구매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배터리는 폐차 시 해당 지자체에 반납하도록 하는 규정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완성차업체와의 연대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경상북도와 현대자동차 등 관련 업계와 지난 6월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활용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을 포함한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환경부는 유가금속 회수 등 재활용체계를 구축하며, 제주도·경상북도·현대자동차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발굴하는 등 협력체계 구축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폐배터리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자동차 업계가 협력해 폐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폐배터리의 재사용 이후 니켈·코발트·망간 등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금속을 회수하는 재활용 방법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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