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19.11.25 04:50

IP 활용해 콘텐츠 산업 '전천후 플레이어'로 활약…불공정계약·불법유통 근절 대책 시급

(자료 출처=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 제공=KT경제경영연구소)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네이버에게 웹툰은 수익모델이 아니다. 우리 서비스에 찾아오게 만드는 동기부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웹툰에 익숙한 독자를 만들어내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김상헌 전 네이버 사장은 지난 2013년 기자간담회에서 웹툰을 이렇게 평했다. 2004년 첫선을 보였던 '네이버웹툰'은 이때까지 방문객을 끌어오는 수단에 불과했다. 신장개업한 가게 앞에 설치된 '바람 인형'인 셈이다. 

'돈벌이 수단은 아니다'라는 평이 중론이던 웹툰이 최근 '캐시카우'로 거듭났다. 

기술 발전에 따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필수 미디어로 부상했으며,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 스크롤을 도입한 웹툰이 독자들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와 달리 소비자가 콘텐츠 소비 속도를 주도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다. 

출판 만화 제치고 1조원 시장으로 급성장...드라마·영화·게임에 전천후 사용

'모바일시대'와 맞물려 웹툰은 출판 만화를 제치고 국내 만화산업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8년 만화·웹툰 분야 종사자 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3%가 '현재 국내 만화산업 성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분야'로 웹툰을 꼽았다.

국내 만화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맡은 웹툰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올라간 위상에 걸맞게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약 5097억원,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부가가치까지 포함하면 약 880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약 1500억원으로 추정되던 2013년보다 5배 이상 커진 규모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내년 웹툰 시장은 '1조원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액도 지난 2013년 이후 연평균 13.9% 증가하며 'K-웹툰'은 '내수용'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18년 1분기에는 미국 구글플레이 만화 앱 부문에서 마블, DC 등을 따돌리고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에서는 국내 기업이 일본 내 출판사를 제치고 우위를 점한 상황이다. 

'미생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tvN의 웹툰 리메이크 드라마 '미생'. (사진=tvN)
'미생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tvN의 웹툰 리메이크 드라마 '미생'. (사진제공=tvN)

더욱 주목할 점은 웹툰 IP를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지속적인 확장이다. 웹툰의 드라마·영화화는 이제 주류 문화가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직장인의 애환과 현대인의 삶을 바둑에 비유했던 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지난 2014년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는 '미생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웹툰 원작 드라마' 열풍에 불을 지폈다. 이후 '치즈인더트랩', '내 ID는 강남미인', '타인은 지옥이다' 등 웹툰을 원작으로 둔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다.

웹툰 리메이크 영화들도 잇따른 흥행을 기록 중이다. 2013년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누적 관객 695만명을 넘겼고, 이후 '내부자들'이 707만명을 기록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는 1편,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넘긴 이른바 '쌍 천만'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웹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고수 위드 네이버웹툰', '외모지상주의', '노블레스 위드 네이버웹툰' 등도 서비스 중이다. 

웹툰은 국내·외 만화시장은 물론, 콘텐츠 산업 전 분야에서 '전천후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웹툰 창작자 72% 불공정계약 경험했다"

하지만 웹툰의 급격한 성장 과정 이면에는 어두운 부분도 있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불공정계약 문제를 지적한다. 웹툰이 발전하면서 신인작가와 구두 계약, 일방적 연재종료 통보, 포괄적 계약, 비밀유지 조항 확대 적용, 지체상환비 비율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불공정계약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만화·웹툰 작가 실태 기초조사'에 따르면 창작자의 72.8%가 계약 시 불공정계약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공정위는 국내 총 26개 웹툰사업자의 계약서를 심사해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할 것을 명령했다. 2차 저작권 무단 사용, 가격 임의 결정, 고객 권리 행사 제한, 지각비 등 다양한 불공정행위가 적발됐다. 

불법 웹툰 사이트 피해액. (사진=투믹스)
불법 웹툰 사이트 피해액. (사진제공=투믹스)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처리, 2개월가량 걸려

불법유통도 웹툰산업을 좀먹는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7년 기준 만화·웹툰 불법유통으로 웹툰 플랫폼사가 입은 피해 규모는 약 99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밤토끼'는 지난 2016년부터 약 9만여 편의 웹툰을 무단 게재했으며, 월평균 방문자 수만 3500만명에 달했다. 웹툰 전문 플랫폼 '투믹스'는 지난해 5월 밤토끼 운영자가 구속돼 해당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면서 웹사이트 접속량이 30%가량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밤토끼 검거 후 우회 경로를 이용한 복제, 대체 사이트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웹툰 업계는 밤토끼 검거 이후에도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심의 및 차단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으로 봤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는 손쉽게 복제·대체 사이트를 만드는 반면, 심의 및 차단은 한국저작권보호원(문화체육관광부 산하)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중으로 심의해 2개월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내 웹툰 시장 점유율 1위인 '네이버웹툰' (사진=네이버웹툰 캡처)
국내 웹툰 시장 점유율 1위인 '네이버웹툰' (사진=네이버웹툰 캡처)

불공정계약, 불법 유통 근절해야

잘 달려가는 웹툰 산업이 이러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단 목소리가 안팎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김유창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웹툰 불공정거래와 불법 유통 문제는 매년 고민하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아젠다인 공정과 상생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사안이기도 하다"며 "현재 불공정계약 문제의 경우 만화가 협회 주도로 표준계약서를 지속해서 수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의 절차 간소화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저작권보호원 이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이중 심의 부분은 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업계에서 처리할 방법이 없다"라며 "업계 관계자 모두 절차 간소화를 바라지만, 표현의 자유 등의 문제와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 입장에서는 미진하게 느껴질 수 있다"라며 "업계·정부·유관기관이 소통해 하루빨리 해답을 내놔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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