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1.23 09:15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문주영 교수

문주영 교수

최근 종영한 KBS2 인기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선 동백이가 다낭성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엄마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질환은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실제로는 꽤 많은 환자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다낭성신장병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7506명으로 국민 1000명 중 1명꼴이다.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으로 이행하는 흔한 유전질환인 것이다.

다낭성신질환은 양쪽 신장에 물혹(낭종)이 생기면서 신장이 비대해지는 질환이다. 정상조직에 물혹이 생기면 콩팥기능이 점점 떨어져 말기신부전에 이른다.

극중에서 나오는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신질환(ADPKD)는 부모 중 1명에서 폴리시스틴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PKD1, 2)에 결함이 발생해 발병한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돼 세대를 건너뛰지 않고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된다. 이 질환은 신장 유전성질환 중에선 가장 흔해 전 세계적으로 400~1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소아에서는 발병이 드물고, 성인이 돼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 20대 이후 발생하는데 이때는 낭종 개수도 적고 크기도 작아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30대가 되면 낭종이 커지면서 신장이 커다란 혹으로 인해 만져진다. 또 좌우 옆구리가 아프고, 혈뇨가 나타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낭종이 많이 커질 때까지 증상이 없어 지나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낭종 개수가 많아지고, 크기도 커지면서 고혈압이 발생하고, 신장기능이 떨어져 병원을 찾게 된다. 또다른 증상으로는 낭종 안으로 출혈이 발생하거나, 요로결석, 요로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보통 30대 후반부터 신장기능이 감소해 40~50대엔 10% 이하로 나빠진다. 이렇게 되면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고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다낭성신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없다. 때문에 다낭성신질환자인 부모에서 태어난 아이는 출생 시 정상이어도 성장하면서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정기적으로 신장기능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여성은 임신 전, 남성은 군입대 전에 질환 유무를 꼭 확인해야 한다. 또 고혈압을 조절하면 신장 손상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혈압을 130/80㎜Hg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낭성신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를 사용하고 있다. 낭종이 빨리 자라고 신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한 환자에게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으나, 다뇨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약의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

드라마의 내용처럼 환자 가족이 신장을 기증하는 경우에는 기증자에게 이식 전 검사를 통해 다낭성신질환의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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