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1.23 06:00

할부이자 내고 의류관리기 사느니, 렌탈하는 게 '이득'
업체가 적극적으로 제품 관리해 소비자 만족도 높아

롯데렌탈에서 빌린 LG전자 트롬스타일러 모습. (사진=박지훈 기자)
롯데렌탈에서 빌린 LG전자 트롬스타일러 모습. (사진=박지훈 기자)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물품이나 장소를 큰 돈을 주고 매입, 소유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빌리는 '공유경제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뉴스웍스는 '셰코노미(Share+Economy·공유하는 경제생활) 기획을 마련했다.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얼마 전까지 TV홈쇼핑에서 LG전자 의류관리기 트롬스타일러가 판매되는 장면이 나오면 흠칫했다. 아내가 그 장면을 보면 사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채널을 돌리다가 의류관리기 광고가 나오면 마치 못 본 척 이전 채널을 누르기도 했다.

의류관리기는 신혼집이 작아 둘 곳이 마땅치 않은데다 소비자가격도 2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다. 특히 미세먼지가 많고 세탁하기 힘든 옷을 자주 입는 봄과 겨울철에 주로 쓰게 될 생각을 하니 아까웠다. 

몇 달간 의류관리기가 나오는 홈쇼핑 채널을 극도로 피했지만 결국 친구네 집에서 맞닥뜨려버렸다. 최근 결혼한 친구는 롯데렌탈의 라이프스타일 공유경제 플랫폼 '묘미(MYOMEE)'를 통해 트롬스타일러를 빌렸다.

묘미에서 의류관리기는 1년이란 짧은 기간 임대도 가능하고 렌탈료 이외 할부 수수료도 붙지 않고 고객에게 임대된다.

LG렌탈카드를 발급받아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 이용하면 렌탈료가 매월 1만5000원씩 할인돼 할부로 구입하는 방법보다 저렴하게 트럼스타일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친구의 설명이다.

친구는 "예전에는 가전제품을 사면 평생 쓴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신상품이 빠른 속도로 출시되고 있어 구입할 필요성이 줄었다"며 "게다가 구입한 가전의 경우 A/S는 되지만 관리는 해주지 않는 데 반해 렌탈가전은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관리하러 오고 소정의 계약 기간을 채우면 소유권도 준다"고 말했다.

친구의 선택에 자극받고 나서 삼성전자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를 렌탈서비스로 집에 들였다. 제휴카드를 이용하면 할부수수료를 내고 구입하는 것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렌탈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사시는 장모님과 에어드레서를 공유할 수도 있어서 활용빈도도 생각보다 높았다.

실제로 가전을 렌탈서비스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올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카드가 지난 18일 발표한 '홈코노미 소비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렌탈가전 이용 건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35% 늘어났다.

지난해 1분기 대비 2분기는 6.5% 증가했으며 3분기는 11%, 4분기는 18% 늘었다. 올해 1분기는 전년 대비 25%, 2분기는 35% 늘어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LG 등 가전업체들도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고가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계층을 중산층 이하로 학대하기 위해 렌탈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소유가 아닌 공유의 경제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소유시장은 제조사나 유통사가 별도 매장을 꾸려 높은 비용을 감당하면서 영업해야 하나 공유시장은 소비자의 특정 상품에 대한 니즈가 강해 비대면으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

또한 공유시장은 회사가 물품을 꾸준히 관리해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사실상 제 기능을 다해버린 중고시장 물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의미다. 국민카드의 소비자 조사결과 가전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정기적으로 관리 받고 싶어서(70.6%)'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요즘 소비자는 더 이상 소유를 선호하지 않는다.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거나 판다. 소유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내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오히려 내 물건이 아니다보니 롯데렌탈이 우리 집에 있는 트롬스타일러를 더 신주단지 모시듯 하더라"며 "때 되면 와서 닦아주고 점검해준다"고 말했다.

아마 회사 측도 다른 고객에게 물품을 빌려주거나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료화면=박지훈 기자)
(자료화면=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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