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1.25 15:13

대학 2학년생 희생 당해 …반올림 "도어 구멍에 종이 구겨넣어 해제가능한 장치는 폐기해야"
피폭자 부친 "아들이 2주 만에 일반인이 1년 간 받는 방사선량 5000배 피폭 받아"

지난 9월 18일 서울반도체 정문 앞에서 '반월시화공단 전기전자업종 건강권 네트워크'는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 사고 은폐 규탄- 피해 진상 규명과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 반올림 홈페이지 캡처)
지난 9월 18일 서울반도체 정문 앞에서 '반월시화공단 전기전자업종 건강권 네트워크'는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 사고 은폐 규탄- 피해 진상 규명과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 반올림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네트워크'는 25일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 동종/유사 장비 폐기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안전장치(인터락)가 쉽게 해제되는 방사선 발생장치는  안전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장치'로 규정해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 및 노동부)가 폐기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신안산 대학교 2학년 2학기 현장실습생으로, 서울반도체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한 00씨는 일을 시작한지 보름 만에 방사선에 심하게 노출되는 사고를 당해 현재 휴학 중에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00씨는 회사에서 시킨대로 방사선(엑스레이) 설비의 인터락(안전장치)을 해제하고 손을 설비에 집어넣은 채 LED 제품이 붙어있는 릴을 당겨가면서 검사업무를 했다"며 "생산성을 높이려고 인터락을 풀고 작업을 시키다가 심한 방사선 노출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얼마든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가 근절되도록 법안을 마련하는 한편, 방사선 노출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안전장치(인터락)가 쉽게 해제되는 방사선 발생장치는 안전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장치'로 규정해 정부(원안위, 노동부)가  폐기조치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원안위에 신고된 방사선 발생장치(RG) 중 서울반도체와 같은 도어타입(비전자식 안전장치)를 사용하는 기관은 전국에 59개가 있고 장비 대수로는 총85대가 있다고 한다"며 "도어에 난 구멍에 종이를 구겨넣어서 인터락을 쉽게 해제할 수 있는 전국의 85대의 방사선 장비는 제품 안전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폭자의 아버지인 **씨는 "제 아들은 학교 졸업을 앞두고 2019.7.15.~2019.7.31.(17일)동안 서울반도체 외주업체의 장기현장실습생으로 취업하여 방사선취급 업무를 수행했다"며 "서울반도체와 용역업체는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근로자에게 근무 첫날부터 최소한의 방사선 안전교육조차도 없이 반도체 결함검사용 X-ray 발생장치의 안전장치를 풀고 방사선이 방출되는 기기 내부에 손을 넣어 작업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그는 "당시, 방사선 취급관련 전문지식과 교육없이 업무를 수행하게 된 제 아들은 X-ray 방출 시 안전장치를 풀라는 상급자의 지시가 얼마나 위험한 지시인지 몰랐다"며 "또한 안전장치를 풀고 방사선이 나오는 기기 안에 손을 넣어서 작업을 하는 것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무려 17일 동안이나 다량의 방사선에 피폭된 채 업무를 진행했다"고 회고했다.

이에 더해, 그는 "아들이 서울반도체에 근무하는 17일 동안 단 한 차례도 방사선에 대한 안전교육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방사선을 다루는 근로자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필수 안전교육조차 제공되지 않았다"며 "뿐만 아니라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비(납의류 등)도 제공받지 못했으며 방사선 장비를 다루는 경우 방사선 피폭량의 위험수치를 알려주는 개인 피폭선량계(포켓선량계)도 지급받지 못한 채로 작업을 했다"고 분개했다.

피폭자 부친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후 피폭자인 아들에게는 피부 홍반이 나타나는 등 방사선 피폭 증상이 확실함에도 서울반도체 측에선 "수년간 일한 직원들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과민반응하지 말라며 오히려 나무라기만 하고 질문을 하는 아들에게 욕을 퍼붓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그는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방사선에 피폭되어 외적으로 홍반, 변색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일반인 허용 선량의 약 5000배까지 노출이 되어야 생긴다고 한다"며 "일반인이 일 년간 받는 선량의 5000배를 제 아들은 2주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받았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이 정도의 방사선에 피폭되는 경우 10년 뒤 백혈병, 20년 뒤 식도암이나 피부암, 혈액암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며 "고작 23살, 이제 막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은 제 아들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백혈병과 암에 걸리지 않을까 평생을 걱정하며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업체는 장기현장실습생인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피폭자의 부친은 또 "정부는 서울반도체는 물론이고, 전자업종 방사선(엑스레이) 설비 사용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하루빨리 적지 않은 방사선피폭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고 오로지 면피만을 위한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서울반도체 대표이사를 엄하게 처벌하고 행정적으로도 제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반도체의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는 현재 원자력 안전위원회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조사 결과가 발표돼서 서울반도체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언급했다.

'작업자인 실습생이 '피폭 당했다'는 것은 그 사실 자체는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장치의 도어에 난 구멍에 종이를 구겨넣어서 인터락을 쉽게 해제할 수 있었고 그래서 사고가 났다는 것도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그것은 그 해당 작업자가 임의로 해제해서 작업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