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6.03.10 17:52

수사기관 요청만으로 개인정보 유출..사생활 침해 우려

 

대법원이 수사기관 요청으로 회원 개인정보를 별다른 고민없이 넘겨준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업체는 수사기관의 요청만 있으면 사안의 경중이나 위급함 등에 상관없이 이용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겨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0일 네이버 이용자 차모(36)씨가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네이버 운영업체 NHN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네이버가 차씨에게 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차씨는 2010년 3월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자신이 속한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 

유 전 장관은 이 동영상을 올린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종로경찰서는 네이버에 차씨의 개인정보를 요청, 차씨의 이름과 네이버 아이디,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가입일자 등을 넘겨받았다.

네이버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전달한 경위를 알게 된 차씨는 NHN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차씨는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다하겠다는 약관 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NHN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NHN이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개인정보 제공도 영장주의 원칙이 배제될 수 없다"며 "네이버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언제나 예외 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네이버가 회원정보를 넘긴 행위를 '위법'이라고 보려면 구체적 내용을 따져 제공 여부 등을 심사할 의무가 네이버에 있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런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은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에 해당하는 통신자료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서면요청만으로도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나 형 집행 등을 위한 자료 열람·제출을 요청받으면 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수사기관의 요청만 있으면 이용자 인적사항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2012년 10월 2심 판결 이후 포털업체들은 영장제시 없는 개인정보 제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로 무차별적 개인정보 제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제출받은 통신자료는 2012년 787만여건, 2013년 957만여건, 2014년 1296만여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