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2.02 05:05

"학자금·전세대출 있어도 신용대출 내주겠다"…자산건전성 외면한 영업

(그래픽=박지훈 기자)
(그래픽=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박지훈 기자] "주거래은행이 어디에요?", "국민은행이요", "국민은행은 나가서 길 건너면 있어요".

대출한도를 문의하러 NH농협은행 강북중앙지점에 방문했을 때 대출부장과 나눈 대화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80% 상품)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하자 그는 대뜸 "20% 자금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고 물었다. 나머지는 해당 지점에서 연 4~6% 금리의 신용대출로 빌려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말이다. 정작 전세대출과 관련된 말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제사도 다 마치지 않았는데 상 위에 놓인 멧밥(제삿밥)을 집어먹는 것과 다름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삼중(三重) 신용대출'도 가능?...자산건전성 걱정 안 하나

80% 상품은 100% 상품과 달리 신용대출 성격을 띈다. 남빛하늘 기자는 신용대출인 학자금 기대출(1400만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에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을 받으면 신용대출 상품을 2가지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일반신용대출을 받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여신관계자는 "만약 전세보증금 1억원짜리 집을 구한다면 80% 상품으로 8000만원을 구할 수 있고 나머지 2000만원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모아둔 자산이 없어 신용대출을 받아야 할 경우 전세대출보다 신용대출을 먼저 진행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협은행이 제안한대로 다른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먼저 진행하면 일반신용대출은 어렵다"며 "사실 학자금대출이 있기 때문에 일반신용대출을 먼저 진행하더라도 한도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은행 지점에 '선(先) 전세대출, 후(後) 신용대출'을 문의했지만 가능하다고 한 곳은 없었다.

실제로 우리은행에서 '선 신용, 후 전세'을 진행하기 위한 모의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한도는 신용대출 100만원, 전세대출 7500만원이었다. 신용대출 없이 전세대출만 진행할 경우 한도는 7900만원으로 계산됐다.

농협은행 강북중앙지점이 제안한 대출 방식이 전국 각 지점에서 누적되면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2000만원이면 소액이라 본사가 아닌 지점 자체에서 승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지점 수익 확대를 위해 본말이 전도된 영업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는 사실 은행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는 곳도 수두룩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을 진행하는 동시에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은행 영업점도 많았다. 신한은행 강북금융센터는 처음 대출한도를 6300만원으로 안내했지만 급여통장을 당행계좌로 옮기면 한도를 더 높여줄 수 있다고 유혹했다.

3편에 등장한 기업은행 가산디지털역지점은 "주거래고객이 아니면 해당 대출을 취급할 수 없다"며 "기업은행 계좌를 급여통장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업점 직원 대부분은 상담 시 "주거래은행이 어디냐"라고 물었고 "다른 은행이다"라고 대답하면 "보증기금 상품이기 때문에 어느 은행, 어느 지점을 가도 한도는 똑같다"고 말했다. 즉, 주거래고객이면 해당 상품을 취급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주거래은행으로 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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