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2.01 05:05

방문하는 지점마다 중소기업청년전세대출 거절

(사진=박지훈 기자)
법인명 중소기업은행의 서울 중구 본점. (사진=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박지훈 기자] 이번 '구해줘 전세' 시리즈의 주인공 남빛하늘 기자가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 받을 때 어느 은행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은행 담당인 기자는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이니 가장 낫지 않을까?"라고 답해줬다.

중소기업 대출시장 리딩뱅크(올해 3분기 기준 22.6%로 점유율 1위)인 기업은행이 당연히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에게도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 3개 지점을 함께 돌아본뒤 남 기자에게 "경솔했다"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 중기청년 월급 어떻게 받는지 고려없는 IBK

우리는 가장 많은 금액을 대출해 줄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5개 은행(우리·KB국민·IBK기업·NH농협·신한) 15개 영업점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내심 속으로는 기업은행만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같은 생각은 기업은행 수유동지점을 방문하면서 바뀌었다.

해당 지점 직원은 대출한도를 평가할 때 월급명세서를 배제하고 근로소득원천징수부만 참고한다고 말했다. 보통 원천징수부보다 월급명세서에 적힌 급여액이 사실에 가깝다. 중소기업은 세금 절감을 목적으로 급여 일부를 원천징수부상 비급여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 한도는 연 소득의 3배 내외로 측정되는데, 원천징수부로만 소득을 판단하면 한도는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수유동지점 안내에 따르면 비급여로 처리하지 않는 수당도 대출 시 실수령액으로 평가받을 수 없다. 기자는 최근 A은행에서 버팀목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받을 때 매월마다 고정적으로 입금되는 취재수당을 실급여로 인정받았다.

A은행 여신업무 관계자는 "대출심사는 결국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원천징수부를 주로 참고해야 되겠지만 차주의 실소득은 월급명세서와 계좌내역에 담겨 있기 때문에 여러 자료를 교차·참고하는 게 고객이나 은행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천징수부만 보겠다는 말은 해당 대출 취급에 보수적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고초려'에도 대출한도 조회조차 안 해줘

원천징수부로만 소득이 평가되는 정책을 받아들이더라도 기업은행에서 해당 대출을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수유동지점은 등기부등본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출한도 조회를 거절했다. 물건에 하자(1편 참고)가 없는지 먼저 파악하는 일이 순서인데도 등기부등본 제출 없이는 평가가 힘들다는 이유를 들었다.

첫 방문인 탓에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구나 싶었지만 다른 기업은행 지점을 방문해보니 결코 상품 문제가 아니었다.

충무로지점은 임대차계약서가 없이는 대출한도 조회부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대출한도가 얼마나 나올지 알아야 그에 맞는 전셋집을 알아보기 마련이다. 이런 상식과 원칙을 무시하고 대뜸 계약서부터 보자고 나서니 말문이 막혔다. 이는 앞서 다른 은행 지점을 방문했을 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거절 사유였다.

가산디지털역지점은 한술 더 떴다. 어이없는 이유로 퇴짜를 놨다. 해당 지점 직원은 "고객은 기업은행 계좌를 급여통장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상품 취급을 거절했다. 기자는 타행계좌내역을 증빙서류로 내겠다고 했지만 "가산디지털역지점 방침상 불가능하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남 기자의 주거래은행이 아닌 신한·우리은행은 실제 대출을 진행할 때 타행계좌내역을 출력해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보수적인 태도였다. 5개 은행 중 해당 대출 실적이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확인을 위해 보증기관인 도시주택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HUG 관계자는 "상품 출시 이후 한 번도 보도자료로 내지 않았기 때문에 보내주기 어렵다"고 거절했다. 기자는 현재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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