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1.29 08:15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호연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호연 교수

증상이 없는 질환처럼 무서운 병도 없다. 심근경색이 그렇다. 혈관의 80%가 막히기 전에는 증상이 전혀 없다. 심장질환처럼 응급상황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골다공증 역시 증상 없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문제는 골절이 발생할 경우, 와상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갖가지 합병증으로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질환이 골다공증이다. 2014년 82만700명이었던 골다공증 진료인원은 지난해 97만2196명으로 최근 5년 새 18.4% 증가했다. 덩달아 골절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지출은 물론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은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골다공증은 뼛속에 구멍이 많이 생겨 마치 뼈가 ‘바람 등 무’처럼 약해지는 질환이다. 뼈를 만드는 골아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파골세포로 인해 뼈 밀도가 떨어지는 것을 메울 수가 없는 것이다.

주요 원인은 노화다. 노후 건물처럼 나이가 많아지면 골조가 기능을 하는 뼈 역시 약해진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생률이 훨씬 높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골다공증이 증가한다.

체질량지수(BMI)가 19㎏/㎡ 미만인 저체중 역시 골다공증 '단골 손님'이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만들어진 바비인형 스타일의 여성에 골다공증이 많은 이유다.

음주와 흡연도 골다공증 유발 요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은 골아세포에 작용해 뼈 생성을 억제하고, 소장에서 칼슘 흡수를 저해한다. 또 니코틴은 에스트로겐 분비를 감소시키고, 난소기능을 퇴화시켜 폐경 연령을 앞당긴다.

햇볕도 영향을 준다. 야외활동이 30분 이내로 적으면 칼슘흡수에 필수인 비타민D를 생성하지 못해 뼈와 근육이 손실된다. 이밖에도 부모가 골다공증으로 고생했거나, 류마티스관절염·당뇨병·만성콩팥병·갑상선질환·무월경인 사람들이 고위험군이다.

증상 없는 질환 예방에는 정기적인 검진만이 유일한 답이다. 폐경 여성의 약 30%가 골다공증에 해당되므로 조기 폐경여성이나 65세 이상인 여성은 반드시 골다공증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국가건강검진사업의 골다공증 검사대상 나이가 만 54세 여성으로 확대됐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면 좋다. 하지만 50~7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아직도 골다공증 검진을 받은 경험이 아예 없다고 답할 정도로 검사에 대한 인식이 낮다.

골다공증 예방은 역시 운동이다. 뼈에 자극을 주면 뼈를 만드는 골아세포가 활성화돼 조골기능이 유지된다. 손에 강도 높은 자극을 주는 목수의 손뼈가 단단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칼슘이나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20~30대 여성은 65세 이상 여성노인과 비교해도 비타민D 결핍률이 2배 이상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혈중 비타민D의 농도가 기준치 이하인 여성도 80%나 된다.

겨울에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 크게 늘어난다. 골다공증 검사를 통해 뼈를 튼튼히 하는 노력이야말로 노년의 건강을 지키는 ‘예방 백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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